조산구 코자자 대표(윗쪽 가운데 흰 셔츠)가 대학생 서포터즈를 대상으로 공유 경제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자자 제공
(11) 코자자
"온라인 전문가가 오프라인 사업인 숙박업을 해?", "대기업 임원으로 슈퍼 '갑'이었던 사람이 '을'로 다시 시작한다는 게 말이 돼?"
3년 전인 2012년, 숙박 공유 서비스인 '코자자'를 만든 조산구 대표가 창업 초기 수없이 듣던 말이다. 1988년 KT에 입사한 이후 지난 25년간 온라인 사업만 담당해온 사람이 '숙박업'이라는 전혀 다른 업종의 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주변 모든 이가 "미쳤다"고 했다. 지금은 '우버'(차량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서비스) 등 세계적으로 수십 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이 등장하면서 익숙해졌지만, 불과 3년 전 국내에서 공유 경제 서비스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분야였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옥집이 즐비한 북촌길 입구에 위치한 코자자 사무실에서 만난 조 대표 역시 이때를 회상하며 "힘겨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통신사 임원이었던 그가 40대 후반에 벤처를 창업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조 대표는 KT와 LG유플러스에서 다양한 신사업을 이끌고 전략을 만든 온라인 '통'(通)이다. 그에게 분명 아이디어가 있고, 전략이 있을 것이란 것은 주변 모두가 인정했지만, 과연 대기업 임원이 '맨땅에 머리를 박는' 벤처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었다.
조 대표는 속된 말로 대기업 임원이라는 '물 빼기' 작업부터 들어갔다. 그는 "낮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처음엔 사무실을 따로 얻지 않고, 알고 지내던 IT 관련 회사에 책상 하나 얻어 혼자 시작했다"며 "6개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사무실을 얻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벤처를 창업했을 때 함께 일했던 친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뽑고, 실제 서비스 개발은 국내가 아닌 인도 개발자에 의뢰했다. 세계적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CTO였던 친구는 몇 달 후 퇴사했고, 인도에 맡겼던 서비스 개발은 품질이 계속 떨어졌다.
그는 "이대로 뒀다간 아무 것도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며 "직접 개발에도 참여하고, 한국에서 다시 팀을 꾸려 서비스를 재정비하면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직접 거리로 나갔다. 거의 1년간 매일 숙박업소를 방문하면서 업주를 만나 숙박 공유서비스 개념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되풀이 했다. 그렇게 발로 뛰면서 쌓은 숙박 등록 업소가 5500여 개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은 초반 어려움을 딛고 2013년, 2014년 해를 거듭할수록 인지도를 쌓으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해외 숙박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와도 차별점을 두려 하고 있다.
특히 '코자자'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로 '한옥'을 각인시키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 3년간 전국 각 지역의 한옥을 방문해 한옥 주인들과 인연을 쌓았고, 이를 코자자 서비스에 그대로 녹였다.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옥이라는 한국 고유의 숙박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그는 벤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 "미국에선 창업 한다고 하면 애초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3배 더 걸리고, 자금도 3배나 더 든다는 얘기가 있는데, 한국은 이보다 3배나 더 힘든 척박한 환경"이라며 "창업 했다면 끝없이 공부하고, 혁신하고, 실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