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부터 시작된 핀테크에 대한 열기가 올해도 여전히 뜨겁다. 곳곳에서 핀테크 관련 창업을 한다는 신생 벤처기업 소식도 들리고, 핀테크 벤처기업들에 대한 반가운 투자소식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와 IT회사가 너도 나도 핀테크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다양한 통로로 접하게 된다. 국내에서 이제 막 시작되는 핀테크라는 신생 산업이 향후 어떻게 성장해갈지 기대가 된다.
필자가 종사하는 크라우드펀딩이란 분야도 핀테크의 한 분야로 인식되며 과거보다 훨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제도마련을 위한 노력과 비즈니스 전개를 병행하며 겪어왔던 어려움들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기쁜 상황인지 모른다. 하지만 좋은 일들 뒤에는 언제나 조심해야 할 부분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몇 가지 유의사항을 짚어봤다.
핀테크는 분명한 테마를 형성했다. 주식시장에서 테마주를 미리 파악하여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투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창업 그리고 벤처투자라는 측면에서 테마는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테마형 창업이다. 창업에는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그 일을 하는 창업팀의 강점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와 투자자의 관심사가 이 쪽에 쏠린다 하여 창업팀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참여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분야는 규제가 많은 산업이다 보니 규제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 최근 금융당국의 당면과제다. 그러나 변하지 않을 것은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금융관련 비즈니스를 할 때 비즈니스모델을 설정 이후, 실행해야 하는 일은 제도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다. 추진하려는 비즈니스 모델이 현행법에서 허용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허용이 안 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최근 핀테크 비즈니스를 접근하는 사례를 들여다 보면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규제를 없애준다고 하니 일단 하고 본다는 식의 접근은 금융시장에 문제를 야기시키고 결국 그 피해는 창업자 본인과 시장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과거 금융시장에서 발생하였던 저축은행 사태, 신용카드 사태, 채권의 불완전 판매 등 대형 사고를 들여다 보면, 게임의 법칙을 준수하지 않은 결과를 실감할 수 있다. 그 영향은 단순히 그곳에 참여한 개인의 범위로 한정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기술을 통한 문제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핀테크의 핵심은 기술이 금융시장의 혁신을 주도함에 있다. 여기서 기술은 단순히 더 빠르고 더 정교하게 하는 첨단 기술 측면으로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도 포함된다. 금융산업에는 수익 창출과 함께 위험 관리라는 중요한 분야가 존재한다. 위험관리와 수익의 확대는 언제나 부딪히는 어려운 관계이다. 때문에 핀테크 분야를 접근할 때 위험이란 부분을 무시한 체 제도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규제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이유는 그것이 위험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단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 때 생각해 보자는 발상은 금융산업에서는 위험한 접근이다.
필자가 종사하는 크라우드펀딩업은 초기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이다. 초기기업은 신용평가의 불확실성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취급을 제한해 온 대상이다. 최근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 이제 초기기업들이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일반인들로부터 투자금을 직접 모집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제도가 풀린다고 해서 초기기업의 위험성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금융기관이 하던 방식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허술한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투자 상품을 제공하게 되면, 그 피해는 투자자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금융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 당연히 기술적인 차별성을 통해 전통 금융기관이 해결하지 못한 초기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이라면 규제 철폐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기술적 차별성을 갖추는데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규제 또한 빠르게 철폐시키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보인다. 일단은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이 핀테크라는 분야에 왕성하게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제도를 만들고 감독하는 사람들은 변화의 시기에 어떤 사람이 규칙을 어기는지 더 면밀하게 지켜보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해 주어야 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은 게임의 법칙을 먼저 이해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준수하여야 한다. 동시에 기술개발을 통해 기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또는 이용자들은 좀 더 학습하고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시장은 반드시 변화한다. 핀테크 시장은 단순히 조성된 테마가 아니라 분명한 시대적 트렌드 가운데 있다. 이 것을 염두에 두고 올바른 접근이 이루어질 때, 우리나라도 한 단계 성장한 금융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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