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마케팅의 근본문제는 전체 유료시장 황폐화 초래 방송시장 선순환 구조 위협 사업자간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후생 극대화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
로마 시대의 검투사 경기는 양쪽의 상대 중 한 쪽이 불리한 조건으로 경기하는 '게임의 룰'을 원칙 중 하나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은 보다 잔인할수록, 혹은 불리한 조건일수록 보다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이다. 작금의 유료방송시장을 보면 로마 시대의 검투사 경기와 유사하다. 케이블TV(SO) 사업자는 타 경쟁사업자(통신사업자)에 비해 경기장 안에 맨손과 맨발로 경기에 출전한 선수와 같다.
길거리를 지나가다보면 '하나를 보면 다른 건 공짜', '여러 개 쓰면 다른 상품들을 할인해주거나 덤으로 제공'해준다는 문구를 흔히 접할 수 있다. 해당 안내 문구의 가장 큰 문제는 이용자들에게 '이걸 쓰면 다른 건 무료'라는 오해를, 더 나아가 '돈 낼 필요 없는 무료 상품'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각인시킨다는 점이다. 사실 복지 혜택이 아니고서야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든지 공짜는 존재할 수가 없다.
'방송·초고속인터넷 공짜' 마케팅의 근본적인 문제는 전체 유료 방송 시장의 황폐화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시장 생태계 관점에서 방송 콘텐츠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향후 유료 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공짜와 경쟁할 수 있는 상품은 공짜일 수밖에 없고, 출혈 경쟁은 시장 공멸로 갈 수도 있다.
지난 5월 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상품 허위 과장 마케팅에 대해서 제재를 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결합상품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연구반을 운영해서 6~7월에는 관련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한 시장 경쟁을 촉진하면서도 이용자 후생을 증대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와 지침 개정 등 실효적인 제도개선 방안이 제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은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통신사업자들도 이견이 없다. 결합상품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면 폐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출발선을 그으려면, 이제라도 본질로 돌아가서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서 제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규제의 출발점을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우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사업자 간 공정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바람직한 규제 방향을 세우고 균형 잡힌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시장 내 특정 사업자의 이익 도모가 아닌 전체 방송통신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결합상품 판매 시 '상품별 동등비율 할인'이 현실적 대안이다. 이는 기존 이용자가 누리던 혜택은 줄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즉, 사업자들은 과당 출혈 경쟁보다는 서비스 경쟁을 하고, 이용자들은 요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비교해 합리적으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의미이다. 사업자들도 마케팅이나 회계 처리 등 일부 규정 등을 준수해야 하겠지만 별다른 규제가 추가되는 것도 없다.
또한 동등할인은 인터넷이나 방송의 할인율만큼 이동통신 요금을 깎아줘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동통신 요금 인하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 공정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는 것, 결합상품 동등할인이라는 제도 개선을 통해 이동통신 요금인하와 소비자 후생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