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명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하는 혈관 연구를 통해 암을 비롯한 혈관질환 치료 길을 열겠습니다."
1일 기초의학 분야 첫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에 선정된 고규영 혈관연구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사진)은 이같이 밝혔다.
IBS는 이날 혈관생물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고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혈관연구단'을 출범시켰다. 혈관연구단 출범으로 IBS 연구단은 총 25개로 늘었다.
고 단장은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발견하고 메커니즘을 밝혀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암세포와 혈관 생성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암 혈관 생성에 관여하는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A)'와 '안지오포이에틴-2(Ang2)'를 동시 차단하는 이중혈관신생차단제(DAPP)를 개발하고, 암 혈관에서만 발견되는 로제이(RhoJ) 단백질이 암 혈관 생성·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 2012년 아산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암세포의 영양 보급망과 이동통로를 차단해 암세포를 고사시키거나 전이를 막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암세포 자체를 공격하는 대신 암 혈관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 개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고 단장은 "장기별로 혈관 생성에 차이가 있고, 암·염증 등에 관여하는 혈관 상태에도 차이가 있다"면서 "장기별, 질환별로 서로 다른 혈관 생성·분화·유지·조절 작용 연구를 통해 혈관질환 치료와 재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림프관과 혈관 주변세포로까지 연구를 넓히고 있다. 혈관은 체내 산소, 영양분, 세포 이동 등을 책임지는 이른바 '상수도 역할'을 하고, 림프관은 반대로 '하수도 역할'을 한다.
고 단장은 "림프절에서 항원과 면역세포가 반응할 때 림프관이 하는 역할을 집중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여 년 전 미국 인디애나대학 심장연구소 연구원 시절 세계 최초로 심장 재생을 위한 심장세포 이식에 성공한 경험을 살려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장근 줄기세포 연구에도 나설 계획이다.
고 단장은 "심장질환과 관련해 심장근 줄기세포를 이식할 때도 혈관 생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앞으로 10년간 심장근 재생에 적합한 심장 줄기세포 생성과 이식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혈관 연구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패혈증 치료에도 유용하다는 게 고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메르스 같은 호흡기 관련 바이러스는 폐세포와 면역세포에 심한 손상을 입혀 패혈증이 발생해 치사율이 높다"면서 "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혈관내피세포를 보호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치사율을 낮출 수 있는데 현재 혈관내피세포를 보호하는 항체를 개발한 단계"라고 말했다.
혈관연구단은 연구원 30여 명 규모로 연간 40억원의 연구비를 받아 KAIST 캠퍼스에 연구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