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국 경제 성장에서 과학기술과 R&D 역할 커 전략적 연구개발 통한 창조경제 성과 선도 필요 정부 체계적 R&D 지원으로 연구개발 사업화 결실 기대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최근 86세인 제임스 빌링턴 미국 의회 도서관장의 퇴임 소식이 화제가 됐다. 그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뒤 28년 동안이나 재직했다. 빌링턴 관장은 취임하자마자 2400여만 건의 각종 자료를 디지털화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 사업은 나중에 국가 디지털도서관 설립으로 발전했고, 많은 나라의 도서관들이 각종 자료를 디지털화 하는 사업에 벤치마킹 모델로 삼기도 했다. 도서관을 통한 지식정보의 치밀한 관리와 유통이 미국의 힘이자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 말고 꼭 살펴봐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국가 연구개발(R&D) 분야가 아닐까 싶다.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과 R&D였고, 미래 대한민국의 50년을 열어가는 핵심 키(Key)도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개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12%의 증가세를 이어온 가운데, 2013년 기준으로 GDP대비 세계 1위, 투자규모로는 세계 6위다. 그러나 우리 연구개발은 투입액에 비해 사업화로 이어지는 성과창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요 국가별 연구개발 사업화 성공률을 비교 해봐도 영국 70.7%, 미국 69.3%, 일본 54.1%에 비해 우리나라는 20%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투자가 실질적인 기술과 제품, 서비스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전략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창조경제 성과창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개발 혁신방안의 핵심은 투자가 이익의 창출로 이어지는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게 만드는 제도로 개편하는데 있다. 즉, 사업화 연계기술 개발 사업(R&BD)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먼저 정부와 민간, 산·학·연 연구주체 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의 미션을 차별화해 연구개발 중복 지원을 해소하고자 한다. 또한 출연연구기관이 과제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각자의 강점과 경쟁력을 최대한 살려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과 출연연구기관이 중소·중견기업의 연구개발 전진기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 연구개발 투자 전략을 마련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적기에 가장 필요한 연구가 이뤄지도록 연구개발 기획 및 관리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EU도 우리와 유사한 연구개발 혁신을 추진 중이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800억 유로가 투입되는 'Horizon 2020'이란 사업인데, 이는 연구개발과 시장의 연계를 강화, EU가 전 세계 과학 및 산업분야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있다. 연구개발과 시장을 연계한 활동에 투자지원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걸림돌을 제거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연구개발이 실질적인 경제적·사회적 수혜로 이어지도록 사업화를 강화하는 우리의 정책과 닮아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최근 'Horizon 2020'을 총괄하고 있는 EU의 연구혁신총국과 '제 5차 한-EU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한국과 EU 양측은 총 900억 원 규모의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인력교류, 공동연구, 기술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친 협력을 통해 윈-윈(win-win)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통해 국내 연구생태계의 역량을 강화하고 혁신의 내실을 기하고자 한다. 2017년까지 국가 과학기술혁신역량 세계 6위, 기술수출액을 80억 달러까지 끌어올려 기술사업화율과 연구성과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연구개발 투자의 전략성·효율성이 대폭 개선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빌 게이츠는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동네 공공도서관이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향후 우리가 배출한 세계적인 과학기술인과 글로벌 강소기업들이 성공비결로 '정부의 체계적인 R&D 지원 정책'을 꼽을 수 있도록 혁신의 완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