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SK㈜와 SK C&C의 합병으로 지주회사 구조를 단순화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했다.
SK㈜와 SK C&C는 지난 26일 오전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SK㈜의 경우 참석 주주들의 86.9%가, SK C&C의 경우 주주 90.8%가 찬성했다.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던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에서 별다른 이의제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 내달 16일까지 있을 주식매수청구 행사 절차가 남아있지만, 현재 SK㈜와 SK C&C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20% 안팎으로 높아 반대 입장을 밝힌 국민연금이 이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번 합병으로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전환 당시부터 이어왔던 '최 회장→SK C&C→SK㈜(지주회사)→계열사'로 이뤄지는 불완전한 옥상옥 구조에서 '최 회장→통합 SK→계열사'로 구조를 단순화했다. 최 회장과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통합 SK의 지분율 30.9%를 보유하면서 지주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권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옥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을 한 계기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력 계열사의 실적 악화에 따른 체질개선 수술을 직접 집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옥상옥 구조에서는 주요 경영 사안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집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일각에서는 30.9%라는 지분율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2013년 6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그룹 계열사(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은 오너 일가(동일인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를 넘어설 경우 일감 나눠주기 규제를 받는다. 1%만 팔아도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SK그룹 측은 만약 이 목적이었다면 처음부터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편 SK는 이번 합병으로 SK C&C가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SK㈜가 보유한 자원을 결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신성장동력 발굴의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SK는 IT서비스, ICT융합, 액화천연가스(LNG) 벨류체인,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모듈 등 5대 성장분야를 중점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