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을 삼성그룹을 대표해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 올라 삼성그룹을 대표해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삼성그룹이 그만큼 엄중하게 받아 들이고 있다는 점을 대변해 준다.

한 달여 넘게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삼성의 책임 또한 적다고 할 수 없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유행의 진원지 중 하나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삼성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소속이고,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은 현대아산병원과 함께 국내 최고의 병원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번 메르스 대처에서만큼은 완벽히 실패했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명예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여실히 깨졌고 국민들이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직접 고개 숙여 사과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머리를 숙여 사과한 것뿐만 아니라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면서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이 첫 공식 석상에서 보여준 자세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은 적지 않은 허점을 드러냈다. 메르스 초기 단계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위기관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초기 격리나 노출환자 관리에 소홀했다. 국회 등에서 삼성서울병원 관계자가 보여준 모습 또한 국민을 실망 시켰다. 삼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졌다.

삼성은 최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잘 나가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으로 고꾸라졌다가 겨우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또 삼성물산과 엘리엇 분쟁 등을 통해 좋지 못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삼성의 고전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지는 모습은 여타 다른 그룹의 최고경영자와는 달랐다는 점에서 그나마 안도할 수 있다. 앞으로 삼성에 닥칠 수많은 도전과 위기 상황을 이 부회장이 맡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어느 정도는 해소했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져야 할 삼성서울병원과 최고경영자들의 반성이 다소 늦었다. 메르스 사태가 한 달이 넘으면서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고 삼성서울병원, 즉 삼성에 대한 불신이 이미 정점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조금 더 서둘러 반성하는 모습을 제대로 전달했다면 삼성을 바라보는 눈이 지금처럼 차가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어찌 보면 삼성이 처한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지금 삼성이 처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이끌 삼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려의 시선을 잠재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순전히 이 부회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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