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 한국콘텐츠진흥원 CT개발사업실장
김진규 한국콘텐츠진흥원 CT개발사업실장


글을 시작하기 전에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퀴즈를 하나 내려고 한다. 지난해 17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영화 <명량>에는 이순신 장군께서 12척의 전선(戰船)으로 적 함대 133척을 맞아 31척의 적선을 격파한 명량대첩의 치열한 해상전투 장면이 등장한다. 단순하게 더하기만 해봐도 140척이 넘는 배가 화면에 나온다. 그렇다면 실제 촬영에는 배가 모두 몇 척이나 사용됐을까. 정답은 8척이다. 그중에서도 물 위에 떠있는 배는 3척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VFX라 불리는 시각효과를 통해 만들어낸 가상의 이미지들이다.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CT)이 무어냐고 묻는 분들께, 그리고 설명을 드려도 여전히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께 나는 종종 이 이야기를 꺼낸다.

이렇듯 문화기술은 마치 마법처럼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흥행 열풍을 쓰고 있는 영화 '어벤져스'에 나오는 슈퍼히어로들도, 국내 대표 아이돌 그룹 빅뱅과 소녀시대가 선보이는 홀로그램 공연도 모두 이 문화기술을 통해 창조 또는 재현된 것들이다.

지난 4월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문화기술(CT) 포럼 2015'가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 기조연사로 초청된 '인터스텔라'의 제작자 린다 옵스트(Linda Obst)는 강연을 통해 콘텐츠와 기술은 분리될 수 없으며,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콘텐츠와 유리된 기술은 그 자체로 생존할 수 없으며, 기술적 뒷받침이 없는 콘텐츠 또한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결국 생존 경쟁에서 도태되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의 흥망성쇠를 통해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영화 관객의 만족도에 높은 영향을 주는 중요한 두 가지 속성이 스토리와 그 영화에 적용된 기술적 요인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스토리만 좋다고, 혹은 기술만 화려하다고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걸 의미한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소비자들이 '가치' 있는 콘텐츠를 위해 그만큼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콘텐츠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2010년 73조 원 정도였던 국내 콘텐츠산업 규모는 지금 100조 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연평균 약 7%씩 성장해, 5년 전에 비해 30% 가까이 커진 수치다. 같은 기간 해외 수출액은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장기화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도 대한민국 콘텐츠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문화기술의 진보와 혁신이 꾸준히 이뤄져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창조적 사고(Creative Thinking)에 기반한 '빅 킬러 콘텐츠'로 글로벌 마켓을 선도하는 세계 1위의 콘텐츠 강국 대한민국. 그 꿈을 실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문화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없이 결코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순 없다. 문화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와 예산 확대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진규 한국콘텐츠진흥원 CT개발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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