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CT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산하기관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당장 내일 기관장 해임건의를 한다 해도 할 말이 없는 곳마저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2014년 경영실적 평가'를 보면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최하위등급인 E,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C, 한국인터넷진흥원이 B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지자체 출연기관으로 평가 대상에선 빠졌지만 상반기 공공아이핀 해킹 사태를 겪었다. 이번 정부 평가는 무딘 칼날로 지나치게 후했다는 비판이 일지만 ICT 산하기관들의 성적표는 그마저 바닥 수준이다.
이들 산하기관은 정부출연기관으로 ICT와 각 산업분야를 접목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사물인터넷, 3D프린팅, 전자정부를 비롯해 SW중심사회를 만들고 ICT 융합 관련 국정과제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주무부처로부터 막대한 출연금을 받아 운영비와 사업비로 집행한다.
중복업무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통·폐합 된 후 한 산하기관에만 수백 명의 인력과 ICT 주요 업무가 맡겨지면서 거대조직이 됐다. 기관장에 정통관료출신 수장이 임명돼 관피아 논란이 일었고, 일부 임직원의 뇌물수수 비리가 터져 ICT 산하기관장들이 잇따라 교체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산하기관은 중앙정부의 손발이다. 이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 근간에는 ICT가 있고 ICT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산하기관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외부에서 이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산하기관장 공모에는 다수 지원자가 몰리며 인기가 높지만 현업에선 인력이 부족해 장애나 해킹에 대응하기 어렵다, 시어머니(주관부처)가 둘이라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등 여러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평가 성적은 하위권이고 주무부처조차 산하기관이 협조하지 않아 애를 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투명성과 생산성 재고는 뒷전이고 조직 권한 강화에만 주력한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업무추진 시에는 '감사'를 강조하나 실제 국민권익위원회의 '2014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ICT 산하기관의 등급은 하위권이다.
산하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래부·행자부의 관리 감독 부실도 확인된 셈이다. 미래부는 2015년 기준 연구예산만 6조5000억원으로 국가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행자부는 전 부처와 산하기관의 조직을 관리한다. 수천억 예산 집행을 맡겨놓은 만큼 주무부처가 중심을 잡고 산하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 채찍질해야 한다.
국내 ICT업계는 성숙기를 넘어 정체된 지 오래다. 업계가 어려운데 그 위에 어떤 국가적 반석을 세울 수 있을지 고민된다는 관료도 있다. ICT업계가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산하기관에 민간기업처럼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민간에 이양할 사업은 이양하고 복수 기관을 만들어 경쟁을 유도해야 할 부분은 유도해야 한다.
지난해 9월 백기승 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을 필두로 올해 손연기 지역정보개발원장, 서병조 정보화진흥원(NIA) 원장, 윤종록 정보통신사업진흥원(NIPA) 원장 등 ICT산하기관장이 새로 취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물리적인 변화도 있다. 올 6월 NIPA는 진천으로 이전했고, 7월 NIA는 대구로, 12월 개발원은 상암으로, 인터넷진흥원은 2017년 나주로 옮길 예정이다.
NIPA에 이어 NIA와 개발원 역시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산하기관이 얼마나 정부3.0에 부합하는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날지 기대된다. 정부가 대대적인 기능조정과 업무 통폐합에 나서기 전에 산하기관 스스로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야 한다. 주무부처와 함께 국가 ICT 방향을 설정하는 조직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대로는 생존조차 힘들다는 각오로 개혁의 고삐를 죄야 ICT업계도 살고, 산하기관 존재의 이유도 분명해 진다.
심화영 IT정보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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