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육성→ 자율·개방→ 동반성장 정책 중심 '중기기본법' 1995년 본모습 … 97년 '벤처기업육성 특별법' 제정 김대중 정부선 '벤처창업 붐' 양적 팽창 "경제적 측면서 중기지원"인식전환 시급
최근 중소기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지원 방향에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달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도 중소기업의 90% 이상이 현행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재편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중소기업들은 그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그다지 지원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소기업계 전문가들은 소액 살포식 지원에 치우쳤던 과거의 지원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중소기업 정책이 효율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늘은 산업화시대부터 최근 이명박 정부까지 이뤄졌던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어떤 형태로 추진돼 왔는지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업정책으로서의 중소기업 정책 = 중소기업연구원은 우리 나라 중소기업 정책의 특성이 국가 발전에 집중한 박정희 정권 이래 산업정책의 관점에서 추진됐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의 필요성이 '수출지향산업 육성', '대기업의 계열화' 또는 '중공업 가치 사슬을 위한 분업화'와 같은 정책 담론 내에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당시 정부의 재정 상황은 전체 경제를 대상으로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는 만큼 자연스레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대기업의 성장을 우선 지원한 후 1964년 '중소기업 중점 육성정책'을 발표해 대기업이 산업화에 필요한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계열사로 편입시키거나 수출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통해 대기업의 중화학공업 최종재의 수출이 증가할 경우, 중간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매출도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를 가지게 됐다고 중기연구원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 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중소기업 간 격차를 유발하는 계기로 작용해 중소기업의 성장이 더뎌지게 됐다는 평가도 동시에 내리고 있습니다.
◇선진국 위기로 인한 중소기업 보호 필요성 대두= 중기연은 중소기업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은 1970년대 말 선진국의 장기불황과 오일쇼크로 인한 무역침체, 미국의 한국에 대한 대외압력 등의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선진국의 압박으로 인해 우리 나라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와 육성이 필요해졌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1981년 단체수의계약을 제도화 한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을 도입했고 1984년에는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을 제정하게 됩니다. 또 독과점규제 및 공정거래제도 도입,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등 각종 중소기업 보호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들이 이때 도입됩니다.
중기연 측은 1980년대의 중소기업 정책을 "보호와 육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정치적 가치가 서서히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며 "1980년대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은 이러한 정치적 가치를 처음으로 실현했다는 점에 무게를 두게 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개혁 개방의 1990년대 중소기업 정책 이후= 이런 정책들로 1980년대 후반 한국경제가 빠르게 활력을 회복하자 정부는 뚜렷한 중소기업 정책 없이 '자율과 개방'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게 됩니다. 특히 김영삼 정부들어서는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서 금융·기술·인력·판로로 나누어 간접적인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와 함께 지금도 한국 중소기업 정책의 중심이 되는 법인 중소기업기본법이 1995년 전면개정 시행됐고, '중소기업사업조정법'과 '계열화촉진법'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보호 및 기업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로 통합됩니다. 벤처기업에 대한 법적 요건을 명확히 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도 1997년 제정됩니다. 벤특법 제정과 정보통신(IT) 산업의 발전으로 김대중 정부 들어서는 벤처 창업이 급증하며 중소기업의 양적 팽창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합니다. 다만 당시 양적으로 급속하게 팽창한 중소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이 없어 무분별한 창업에 따른 급격한 거품 논란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동반성장'이라는 담론이 등장하면서 1980년대의 보호와 육성이라는 담론이 다시 자리하게 됐다고 중기연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그간 정부의 중소기업 대책이 정치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사이에서 큰 혼돈을 빚어왔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적 이념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세경 중기연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정책이 점차 독자적인 영역으로 확장하고 발전했으나,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와 지향점에서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중소기업 지원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사회정치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존재한다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