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밀어내기' 전체 매출의 30% 달해 구설수 '여론 잠재우기' 위해 급격한 실적 추락도 감수
IBM 본사가 한국지사에 유통사 재고물량을 사실상 금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갖은 구설수로 한국에서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고려할 때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을 미리 뿌리 뽑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IBM은 올 초부터 서버, 스토리지 등 기업용 HW 제품을 대상으로 유통업체에 전달하는 재고 물량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한국IBM HW 매출의 상당 부분이 유통사가 재고를 떠안으면서 발생했는데, 이 물량이 대폭 줄면서 매출은 고꾸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솔루션 기업들은 일정 규모의 제품을 먼저 받아뒀다가 사업이 발주될 때 판매하는 여신총판을 둔다. 한국IBM도 복수의 여신총판을 두고 있는데, 이 유통업체들이 가져가는 재고를 모두 매출로 집계하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매출이 HW 전체 매출의 30% 가까이 차지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부터 한국IBM은 자사 HW를 유통하는 업체들의 재고를 파악하고, 소진현황을 관리하고 있다. 올 초부터는 총판에 쌓아두는 재고 물량을 대폭 줄였다.
한국IBM 협력업체 관계자는 "본사 방침에 따라 한국IBM은 계약서가 없으면 아예 물건을 주지 않을 정도로 채널관리를 강화했으며, 총판에 떠넘기는 재고도 거의 없앴다"며 "왜곡된 매출 현황을 바로 잡는다는 게 목적인데,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재고 부담을 덜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1분기부터 한국IBM의 HW 매출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재고 비즈니스에 가장 의존했던 것으로 알려진 유닉스 사업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8%나 하락했다. 시장 1위에서 단숨에 꼴찌인 3위로 밀렸다.
스토리지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은 전년동기 대비 20%나 성장하면서 대부분 업체가 모두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한국IBM은 약47억원의 매출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나 하락한 수치다. 점유율 순위 역시 4위에서 6위로 밀렸다.
이처럼 급격한 실적 추락까지 감수하면서 재고 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한국에서 IBM의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계속되는 실적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지사에 본사가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버 업계 관계자는 "한국IBM이 지난해 KB금융 주전산기 교체 논란을 비롯해 최근 본사 송금액, 재고 및 내부 인사 문제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여론이 좋지 않다"며 "지난해 본사 감사에서도 재고 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본사도 한국지사에서 성장을 기대하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