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4곳·한국 2곳 등… 팹리스·파운드리 전환 추세 뚜렷

최근 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총 83개의 반도체 생산시설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면서도 생산시설이 크게 줄어든 배경은 일본 반도체 산업의 몰락, 북미, 유럽 등지의 반도체 기업들이 공장을 직접 보유하기보다는 파운드리(위탁생산)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83개의 팹(반도체 생산시설)이 문을 닫았다. 특히 일본 반도체산업의 몰락이 여과 없이 반영됐다. 5년 동안 사라진 반도체 공장의 3분의 1 수준인 34개가 모두 일본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팹이었다.

실제 2010년대에 접어들며 다수 일본 반도체 기업이 무너졌다. 오키(Oki) 전기 반도체 부문과 산요 반도체 등에 이어 일본 D램 산업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엘피다마저 2013년 7월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인수당했다. 이후 일본에는 더 이상 D램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종주국이나 다름없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대표 기업 도시바가 최근 3~4년간 5개의 팹을 닫았다.

설상가상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반도체 시장 자체가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최고치(7조7500억엔)에 달했던 일본 반도체 시장은 2010년에 접어들어 4조800억엔, 2011년에는 3조5900억엔으로 급락했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 관계자는 "동일본 지진 이후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현지 반도체 기업들도 한국에 생산시설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다. 북미에서는 5년 동안 총 25개의 반도체 생산시설이 문을 닫았고 유럽에서는 17개의 공장이 폐쇄했다. 반면 한국과 대만의 경우 같은 기간 가동을 중지한 팹이 각각 2개, 5개에 불과했다. 특히 반도체 시장 규모로 봤을 때 세계 최대의 메모리 기업 2개를 보유한 한국에서 불과 2개의 팹이 문을 닫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가동을 중단한 2개의 팹 중 하나인 삼성전자 기흥 5라인은 현재 LED 생산용으로 용도를 변경해 활용하고 있다.

시기별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반도체 공장의 가동이 중단했던 시점은 경기 불황의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과 2010년 사이였다. 2년 동안 총 49개의 반도체 공장이 문을 닫았다. 2012년에는 10개의 팹이, 2013년에는 12개의 팹이 가동을 중지했고 지난해의 경우 총 6개의 공장이 폐쇄했다.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제조시설의 투자비용과 유지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기업이 팹리스(Fab-less) 혹은 팹라이트(Fab-lite)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생산시설을 보유하기보다는 설계만 담당하고 생산은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기업에게 맡기는 방식이 위험부담이 적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팹리스로 전환하는 것이 추세"라고 설명했다.

황민규기자 hmg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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