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뇌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사진)이 논란 끝에 결국 퇴진한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 추진을 둔 그룹 내 논란이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에 상처를 남기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양상이다.
전병일 사장은 16일 대우인터내셔널 임시 이사회에 참석 "제가 이 자리를 물러나는 용단이 조속한 사태 수습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 사장은 이날 배포한 입장표명 자료를 통해 "회사 안팎으로 심화되는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그룹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로서 무거운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사태의 발단이 된 미얀마 가스전 분할 및 매각 검토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정리가 됐음에도 외부에서 아직도 항명, 내분, 해임 등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제가 물러나는 것이 그룹과 회사, 임직원 및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가장 대승적인 방향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 사장이 물러난 자리는 당분간 최정우 부사장이 채운다. 최 부사장은 대표이사 정식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전까지 직무 대행을 맡는다.
전병일 사장은 항명 파문이 불거진 후 직간접적으로 사퇴 압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전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 사외 이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대표)이사직 사임을 포함해 본인의 거취에 대해 숙고한 결과, 주주 임직원 등 회사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서 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혼란이 조속히 정리되고 경영이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그 이후 주주와 회사가 원한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포스코 수뇌부는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를 주도한 조청명 가치경영실장과 홍보총괄 임원 한성희 상무를 경질한 후 "전병일 사장의 해임을 추진한 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로 인한 파문이 커지고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지자 결국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전 사장이 미얀마 가스전 분할 매각에 반발하며 불거진 이번 파문은 그룹 내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과 함께 그룹이 추진해온 구조조정의 '핵'으로 꼽혔다. 이 같은 중대사안의 적절성을 두고 항명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며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에 상처를 남겼고, 이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인사도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추진해온 전방위 구조조정에 일단 제동이 걸린 양상"이라며 "향후 포스코의 구조조정 논의는 보다 더 은밀하고 폐쇄적인 논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