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2월 9일, 일렉트리컬 월드(Electrical World) 저널 편집장 앞으로 A4 용지 반쪽 짜리 메모 형태의 기고문이 날아든다. 당시 기고자 H. J. 라운드(Round)는 정확한 원리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특정 크리스탈에 전압을 가했더니 빛이 발생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고 기고문에 기술했고 이것이 인류 최초 공식적으로 보고된 LED에 관한 보고서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넘어 1971년 5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작은 빛이 수명을 다하는 것을 누군가 볼 수 있을까. 인류는 진공관 필라멘트 대신 LED라 불리는 이 작은 크리스탈 칩을 선택 할 것'이라는 선구자적인 기사를 게재한다. 그로부터 다시 반세기가 흘렀다. 이제 LED는 일세기의 역사를 넘어 노벨 물리학상을 배출할 만큼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LED가 일반인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다. 그 이유는 빛의 삼요소(RGB)인 적색, 녹색, 청색 중에서 청색에 해당되는 LED 칩이 9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야 제대로 개발 됐기 때문이다. 염원한 숙제를 해결해 준 3명의 일본인이 노벨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LED 역사를 들여다 보면 LED 산업의 부흥의 견인차 역할 한 것은 실질적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선도 IT 업체들이다. 빛의 삼요소가 구현되고도 예상과 달리 적당한 시장을 찾지 못하던 LED 산업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엉뚱하게도 2000년초 휴대폰 키패드용 광원 시장이었다. 그리고 2009년 LED-TV가 세상에 나오면서 본격적인 LED 산업의 개화가 시작됐다. TV로 공급되는 블랙라이트유닛(Back Light Unit) 산업을 통한 기술 성숙, 단가 경쟁력을 갖춘 LED는 이제 일반 조명 산업으로 빠르게 파급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대만과 중국 중심으로 과도한 설비 투자가 이뤄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LED 시장의 지속적이고 안정된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LED 산업이 다운사이클링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몇 년간 지속된 침체기 동안 원가 경쟁력과 기술적 차별화를 갖추지 못한 많은 한국 중소 LED 업체들이 사업 철수를 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LED 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2013년 말, 삼성전자가 차세대 LED-TV에 종래의 수평형 LED 칩 대신 새로운 구조의 플립형 LED 칩을 채용한다는 짧은 기사가 발표됐다. 항상 LED 신기술에 대한 얼리어댑터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의 발표는 LED 산업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BLU 제조업체들이 플립칩 LED 채용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한 모델 변경을 떠나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TV용 LED 기술은 LED 산업의 미래 기술 방향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현재 일반 조명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LED 기술들은 BLU 기술에서 파생됐다. 따라서 향후 LED 산업이 플립형 LED칩을 기반으로 한 기술 중심으로 재편이 될 것이 예견되며, BLU 응용에서 시작으로 일반조명 순서로 빠르게 전파될 것이다. 이는 LED 산업에 새로운 전장이 형성 됨을 의미한다.
플립형 LED 칩은 수평형칩 대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플립(Flip)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플립칩은 뒤집어 붙일 수 있는 구조를 가진 LED칩이다. 따라서 종래의 수평형칩과 차별되게 공정단계가 간소화 될 수 있고, 열방출이 매우 우수해 동일 면적 대비 몇 배 높은 전류인가가 가능하다. 또 발광표면에 전극패드가 없어 높은 광출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플립칩 기술이 수평칩 대비 광출력, 열방출, 내구성, 소형화 등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이도 높은 칩 기술과 패키지업체들의 신규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산업적 채용이 지연돼 왔다. 그러나 LED 밸류 체인의 최상단에 위치한 세트업체들이 기존 수평칩의 한계와 플립칩 기술의 우수성을 인지하고 전격적으로 플립칩을 채용함으로써 플립칩 시대가 최근 일년 사이 화려한 개화를 시작했다. LED 역사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플립칩 기술은 칩 상태에서 백색광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인 CSP (Chip Scale Packaging) 기술이 가능하므로 LED 산업에 큰 변화가 예견된다. 일례로 CSP 기술은 종래의 리드프레임 기반 패키징 공정 단계가 불필요하게 돼 LED 제품 원가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또한 1㎟이하의 매우 작은 백색광원 구현이 가능해 더 다양한 산업적 응용이 가능하다.
글로벌 LED 산업은 아직 가파르게 성장을 하고 있고 이런 성장세는 지속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고객의 가치를 높여줄 차별성 있는 기술로 이런 시장을 향유할 수 있는가다. 최근 글로벌 LED업계는 플립칩 기반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편승하고자 부산하다. 무엇보다 한국 LED업계가 이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기술적 차별성과 원천적 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새롭게 다가온 기회의 전장에서 한국 LED업계가 어느 때 보다 풍성한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박은현 세미콘라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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