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룡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본부장보
신재룡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본부장보


코스닥 활황으로 증시가 요동치던 2000년대 초반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용어가 유명했다. 기존의 구조와 틀을 바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움직이고 지배했다. 이런 흐름을 감지하지 못했던 피처폰의 세계 제1의 강자 노키아는 소리 없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로부터 십여년이 지난 요즘 '퀀텀점프'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대약진을 의미하는 이 용어는 한계가 가로막고 있다면 뛰어 넘거나 뚫어서 도약을 이룬다는 뜻으로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뛰어 오르듯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과거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이나 애플도 또다시 기존의 틀을 깨는 기술혁신이나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퀀텀점프를 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역시 예외가 아니다. 끊임없이 투자자 보호 및 시장 활성화에 대한 노력을 통해 세계 일류 거래소로 나아가야 한다.

몇 년전 글로벌시장에서는 ATS 등 새로운 유형의 시장이 기존의 거래소 시장을 위협하면서 끝없는 시장유동성 경쟁에 돌입했다. 각국 자본시장이 선택한 경쟁우위의 중심은 시스템 속도였다. 주문응답시간을 1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더 당기기 위해 혈안이더니 급기야 마이크로세컨드(1백만분의 1초)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러한 속도경쟁은 최근까지 이어졌고 시장은 계속 발전되고 있다. KRX도 지난해 3월, 기술혁신을 통해 주문응답시간을 70마이크로세컨드까지 제공할 수 있는 최신·최첨단의 트레이딩 플랫폼인 엑스츄어플러스를 가동했다. 초당 처리건수 2만건, 일 처리용량 1억 6천만건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초고속시스템이다.

6월 15일, 엑스츄어플러스는 또 한번의 퀀텀점프를 준비해야 한다. 17년만에 증권시장의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가격제한폭 30% 확대와 더불어 시장의 다양한 가격안정화 장치를 구비하는 것도 핵심이다. 과도하고 일시적인 가격급변을 완화하기 위한 증권 및 파생시장의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자본시장 IT인프라에 반영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개별종목 차원에서는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 도입과 단일가매매 임의연장(랜덤엔드) 개선 및 대용가격 산정시 투자경고종목 제외가 증권시장에 반영되고, 파생시장도 상품 가격제한폭이 3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되도록 시장운영의 기본 틀을 바꾼다. 시장전체 차원에서는 시장 급락 시 매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기존의 서킷브레이커스(CB) 제도를 3단계 발동체계로 확대 개편하게 된다.

이것은 현행 엑스츄어플러스가 가지고 있는 매매체결의 기본 틀을 완전히 바꾸는 제도적 장치로 IT측면의 복잡도 및 개발난이도가 매우 높다. 그동안 경험해 본 전산시스템 개편과 비교할 때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CEO 특명으로 각 시장본부, 시장감시, IT 부서로 구성된 '가격제한폭 확대 관련 시장안정화 TF'를 설치해, 3월초부터 5월 15일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고, 5월부터 6월 12일까지 약 4주간 모의시장을 개설하여 제도변경에 따른 KRX 및 시장참여자의 준비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실제 개발을 담당하는 코스콤과 합동으로 KRX 시스템은 물론 전체 시장참여자 시스템이 6월 15일에 성공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미비점 보완 및 이행 준비에 최선을 다 할 계획이다.

자본시장 전산시스템은 제도적 기능 못지않게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엑스츄어플러스의 경우, 총 61여개 회원사와 약 500여개 국·내외 정보이용사가 연결된 자본시장 핵심 인프라다. 사소한 시스템 결함 하나에도 자본시장이 받는 부정적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스템운영에 있어서도 한 치의 허점이나 오차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모든 회원사 및 유관기관이 현재 모의시장에 빠짐없이 참여해 순조롭게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수많은 투자자가 직접 이용하는 회원사 시스템도 조그마한 오류가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발견기능 제고에 따른 시장효율성 및 국내증시의 활력 증대, 책임투자 및 건전투자 문화정착 등 금번 제도적 장치가 기대하는 바를 성공적으로 꽃 피울 수 있는 마지막 정점이 성공적인 시스템 가동에 있다고 본다. 가동이후 무장애로 운영되고 있는 엑스츄어플러스의 퀀텀점프가 필요한 이유다.

신재룡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본부장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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