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를 써온 팬택이 26일 스스로 '파산'의 길을 선택하면서, 설립 24년 만에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중소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의 신화를 일궜던 팬택이 청산의 길을 가게 된 것은 국가별 경계가 허물어지고 대형 제조사 중심의 경쟁 구도로 고착화하고 있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1991년 자본금 4000만원, 직원 6명으로 시작해 '샐러리맨 신화'를 쓴 팬택은 한 때 연 매출이 3조원에 육박하며 삼성, LG에 이어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에 이름을 올렸다. 휴대전화가 '격변'의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삼성전자, LG전자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2강 체제'를 강화한 데다, 애플 등 해외 제조사의 공세가 이어졌다. 휴대전화 시장의 국가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거대한 공룡들 틈바구니에서 나름 선전한 팬택도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 자본력의 한계로 빠르게 변하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팬택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팬택이 기업회생 절차를 포기하면서 앞으로 청산까지 이의신청 접수와 법원의 최종 수렴의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약 2주 동안 법원은 채권단 등 이해 관계자에게 팬택의 기업회생 절차 폐지 신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이 기업회생 절차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미 기업이 스스로 기업회생 절차를 포기한 만큼 법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늦어도 6월 말이면 팬택 청산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법원 측은 "기업이 기업회생 절차 폐지를 신청할 정도면 사실상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폐지 신청을 받아들일 것이고, 6월말 정도면 청산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문제는 팬택의 임직원과 팬택 휴대전화를 사용 중인 소비자다. 앞서 팬택의 임직원 1400여명은 회사만 살아난다면 고용 유지를 포기하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하며 회사 회생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청산 절차를 밟게 됨에 따라 직원들이 없어지게 됐고, 앞으로 소비자 서비스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대해 팬택 측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타 사업자를 통해 사후서비스(AS)를 제공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팬택 관계자는 "팬택 자력으로는 할 수 없겠지만, 사업자들과 논의를 해 소비자에게는 최대한 불편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AS를 제공할 것이고, 추후에 다시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팬택이 파산 수순을 밟게 됐지만, 기적적인 회생 가능성도 아주 미미하지만 아직 남아 있다. 이의신청 접수와 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둔 약 20여일 안에 능력을 갖춘 적합한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 경우다. 그러나 업계는 이런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봤다.
한편 앞서 팬택의 3차 공개 매각에 참여했던 CKT개발이 팬택 인수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혔지만, 이미 법원으로부터 인수 부적격 판단을 받은 만큼 매각 성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