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조5000억 전달 절반 '뚝'… 해외지수 단기간 급등 주요인
특정상품 중심 리스크 현실화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급부상하던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25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ELS 발행액은 2조5000억원(21일 기준) 수준으로 지난달 4조4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ELS는 1% 초저금리 기조로 풀린 대규모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ELS 발행액은 지난해 12월 7조570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4조원대를 유지, 3월에는 6조3858억원을 기록했다.

ELS로 유입되는 자금이 반토막이 난 배경은 지수형 ELS의 주요 기초자산 중 하나인 해외지수의 변동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ELS는 기초자산의 주가가 계약 시점보다 40~50% 이상 변동하지 않아야 약속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에 따라 종목형 ELS와 지수형 ELS로 나뉘는데 최근 발행되는 ELS는 대부분 지수형에 집중됐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발행된 ELS 중 지수형 상품이 23조8901억원으로 전체 ELS 가운데 99%가 넘는다. 전년 동기 4조1284억원으로 30%에 그쳤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지수 가운데서도 1분기 발행된 지수형 ELS의 기초지수는 유로스탁스50과 홍콩항셍지수(HSCEI)가 전체 50%를 넘는다. 문제는 이처럼 기초자산에서 특정지수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해당 지수의 단기간 급등·급락에 따른 리스크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25279.75로 최근 1년 간 최저점을 찍은 후 지난 3월까지 줄곧 소폭의 변동만을 보이던 HSCEI는 4월 들어 20% 이상 급등하며 28588.52를 기록했다. 유로스탁스50는 올해 3135.95로 시작해 현재 3688.72까지 17% 이상 상승했다. 증권사들은 원금보장형 ELS 상품을 내놓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수익률이 낮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신규 투자자들은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여건이 위축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게 된다"며 "특정 지수 중심의 ELS가 안고 있는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인데 증권사 입장에서는 좀 더 다양한 대체 자산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ELS를 떠난 시중 자금은 단기 투자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형펀드 등으로 재유입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MMF 설정액은 지난 19일 기준 116조2849억원으로 3월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105조6358억원보다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개인 MMF 설정액은 26조7801억원으로 2조원 이상 늘었고 법인은 89조5045억원으로 8조4000억원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떠도는 시중 자금 단기화 비율은 현재 20.7%로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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