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탁 한국정보화진흥원 전자정부지원본부장
오강탁 한국정보화진흥원 전자정부지원본부장

'만물이 산산이 흩어진다; 중심은 바로 서질 못한다.(Things fall apart; the centre cannot hold)'

이것은 시인 겸 극작가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버틀러 예츠(W.B. Yeats)가 1921년에 발표한 'The second coming'(부활)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예츠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혼돈과 갈등에 놓인 세계를 이렇게 간명하게 표현하였다. 지금 현재 우리가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혁명이 가져오고 있는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의 변화와 혼돈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다.

세계는 이미 실세계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사람, 사물, 그리고 공간이 상호연결돼 서로 소통하고 작용하는 초연결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는 30억명,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70억에 달하고 IP주소는 42억 개가 넘었다. 사람과 사물 간 연결 접점이 늘어나는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디바이스, 데이터, 정보의 양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전 세계는 휴대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생각과 감성까지도 공유하고 있다. 미디어론의 예언자 허버트 마셜 맥루한(H. M. Mcluhan)이 개념화한 '지구촌'(global village)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초연결 사회로의 진전은 디지털 디바이드, 보안과 프라이버시, 사이버 안보위협, 인간의 인지능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 등과 같이 이전 인터넷 사회에서 있었던 문제를 더 까다롭게(wicked) 만들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초연결 혁명이 가져올 혼돈과 변화는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 개개인들에게까지 파괴적인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정부혁신을 주도해 온 전자정부(e-Government)에 패러다임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영국,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 정부들은 이미 디지털 정부(digital Government)를 새로운 정부혁신 전략으로 설정하여 정부 내부 기능의 작동 방식, 서비스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외부 고객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정부란 어떤 정부이고 전자정부와는 어떻게 다른가. 일부에서는 디지털 정부는 단지 기존 전자정부의 진화된 모델의 새로운 수사(rhetoric)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 정부나 전자정부 모두가 정부혁신 전략으로 ICT를 수단으로 활용하여 좋은 정부(good government)를 만들고 또 사회·기술환경의 변화에 적합한 바람직한 정부 모습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아주 설득력이 없는 주장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정부와 전자정부를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고 그럴 필요도 있다. 디지털 정부는 프로세스와 서비스보다는 정보와 데이터를, 효율성보다는 공공의 가치 창출을 훨씬 더 강조한다. 또한 기업, NGO, 시민단체, 그리고 개별 국민들의 보다 직접적이고 의미 있는 참여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정부는 '사회전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부업무와 공공 서비스를 혁신하여 공공의 가치창출을 지원하는 정부'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필자는 지향가치, 접근방식, 서비스 차원에서 디지털 정부의 3D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공공의 가치창출(Desirable value creation)이다. 정책이나 서비스의 목표를 단순한 온라인화, 채널확장 등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가치창출과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둬야 한다. 둘째, 파괴적 혁신전략(Disruptive innovation)이다. 단순히 변하거나 약간의 점진적 개선으로는 인터넷 사회에서 초연결 사회로의 전환은 패러다임 전환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보다는 10배의 개선이 더 쉽고 비용-효과적이라는 생각으로 시민사회와의 공유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정부내부(inside out)에서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디자인(Outside in & out)해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사용자 설계형 맞춤서비스(Direct engagement service)이다. 공급자가 연역적으로 추정한 서비스(선호)가 아니라 고객이 경험적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발굴하여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발굴하고 설계하고 제공하는 단계에서 사용자의 직접적인 참여가 한층 더 강화돼야 한다.

디지털 정부 생태계의 핵심 주체인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디지털 정부 구현을 위한 준비를 서둘려야 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디지털 정부의 3D전략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겨지고 구체화되어 국민이 그 성과를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939년에 죽어 아일랜드 드럼크리프(Drumcliff)의 한 묘지에서 잠자고 있는 예츠가 다시 부활하여 94년 전 자신의 쓴 시의 한 구절을 이렇게 고쳐 쓰기를 기대해 본다.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중심은 바로 서 있다.(Things connect together; the centre can hold)'

오강탁 한국정보화진흥원 전자정부지원본부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