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와 소통 통해 정책 목표 달성 박차 해양 재난안전관리체계도 협업으로 국민 안전 보장 해상화학사고 협업체계로 전문성 한차원 높아져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
선승구전(先勝求戰). '미리 이겨놓고 난 후에 싸운다'는 뜻이다. 충무공이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23전 23승의 신화를 기록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충무공은 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삼도수군 간에 내부 협업과 함께 지형지물에 밝은 지역 백성들과의 민관 협업을 통해 필승전략을 마련했다. 이러한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은 해전 중의 하나가 '한산도 해전'이다. 이 해전에서 삼도수군 55척과 협업을 통해 판옥선이 전투하기에 유리한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한 후, 학익진을 펼쳐 한 척의 피해도 없이 왜선 47척을 불사르고, 12척을 나포하는 전과를 올렸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정부 정책들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행정기관 간의 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방·공유·소통·협력을 슬로건으로 한 '정부3.0'을 비전으로 제시하여 정부기관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정보공유와 소통을 통한 '협업'으로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난 안전관리 업무도 국민안전처가 독자적으로 수행 할 수 없기에, 소통과 협업을 통해 재난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과 관련된 분야에 있어서는 다른 부처와의 공간적 단절성으로 인해 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던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해상화학사고' 분야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작년 한해 38만5941척의 선박이 입출항했다. 이 중 해양오염 고위험 선박인 원유운반선, 석유정제품 운반선이 11만3492척으로 29%를 차지하고 있다. 그 만큼 해상에서의 대형 유류·화학사고의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해상에서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전용방제선과 전문 인력이 없어 화학물질운반선에서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하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동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3년 12월 부산 앞바다에서 유해화학물질 운반선 매리타임(Maritime Maisie)호가 자동차운반선과 충돌하여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는 18일 동안이나 지속됐지만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올해 3월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질산과 황산 혼합물을 적재한 유해화학물질 운반선 선잉(Sun Wing)호의 화물탱크 균열로 화재가 발생하여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처리 과정에서 선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다. 만약 이러한 상황들이 육지근처에서 발생했다면 국가적 재난사태로 확대될 가능성이 짙은 사고였다.
그러나 해상화학사고의 건수가 연간 3~4건에 불과하고, 대형재난의 사례가 없어 해상화학사고 대응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장비를 모두 갖추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예산확보도 쉽지 않다.
따라서 국민안전처는 육상의 범정부적 화학재난 안전관리 체계를 '해상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해상에서 화학사고 시 관계기관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인력·장비·기술을 공유하여 전문적으로 사고에 대응하고, 평상시에는 상호교류와 교육·훈련을 통해 해상화학사고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체계가 구축되면, 사고발생 시 현장에서는 해양경비안전서, 중앙해양특수구조단,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 지자체 등이 공동으로 대응하게 된다. 화학물질안전원과 중앙119구조본부에서는 대응팀에 정보를 제공하여 보다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해상화학사고 대응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평소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미국의 철강재벌 앤드류 카네기는 팀워크란 '공통된 비전을 향해 함께 일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번에 구축될 해상화학사고 협업 체계를 통해 '국민안전 실현'을 앞당기고 정책협업의 모범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