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중동 셰일가스 열풍 … 글로벌 생태계 변화 가속
세금부담에 신에너지 투자 지연 … "나프타 관세환급 부활 등 지원 필요"

미국발 셰일가스 열풍이 중동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화학 생태계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오히려 정부의 정책에 발목이 잡혀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19일 외교부가 발표한 '국제에너지·자원 현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오일가스 컨설팅회사 우드 멕켄지는 앞으로 5~6년간 미국의 LNG(액화천연가스) 및 석유화학 설비 건설에 들어가는 자본비용이 1300억달러(약 141조원)를 초과할 전망이다.

이미 현재 미국 걸프코스트 지역에서만 9개의 설비가 건설 중이고, 6개의 국제 규모의 에테인 분해설비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지역에서 세워지고 있다. 에테인 분해란 천연가스를 원료로 급속 가열과 냉각 등을 거쳐 에틸렌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까지 셰일가스 개발 움직임을 보이면서 변화의 흐름은 빨라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의 칼리드 알 팔리 회장은 미국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셰일가스 개발의 '두 번째 개척지'라고 언급하면서, 이르면 내년 또는 2017년에 북부지역에서 셰일가스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지난해 저유가와 환율 폭탄을 맞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정부의 세금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기준 북미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틸렌 생산 원가는 원유(나프타)로 생산하는 가격에 비해 5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의 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 구조는 약 80%가 원유 기반이고 나머지 20% 수준이 LPG(액화석유가스)라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아직 미국 외에 셰일가스 개발 움직임이 별로 없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여기에 정부가 환급 대상이었던 나프타 생산 원유에 대한 환급 비율을 3%에서 1%로 조정하면서 세금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최악이었던 석유화학의 업황 회복으로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 없이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고, LG화학 등 화학업계 역시 환율과 유가 영향 등으로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실적 악화로 한화케미칼은 최근 북미 셰일가스 투자를 보류했고, LG화학 역시 카자흐스탄에서 추진 중인 에탄가스 석유화학 단지의 건설 추진 시기를 재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석유화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 환급 부활과 석유화학 제품의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양허대상 포함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학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라며 "소재 등을 포함해 국내 대부분 제조업에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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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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