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성장의 결실 확산시켜야 연구소-대학-기업이 기득권 내려놓고 실질적으로 협력할 때 기술개발 빨라질 것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방위사업학과 학과장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한국, 미국, 유럽연합, 일본, 그리고 중국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2014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우리나라가 집중 투자하는 국가전략기술 120개 가운데 세계 1등은 하나도 없으며 선진국과 격차는 더 벌어지고 중국과의 격차는 거의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에 불과하다. 이 시점에서 정부, 연구소, 대학,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본다.
정부는 멋있는 과제를 기획하여 우리나라를 선진국에 진입시키려는 각오를 한다. 그래서 제조업 3.0과 같이 항상 새롭고 큰 것을 만들어 비전을 선포한다. 하지만 미래 계획이 아무리 좋아도 현재의 이익구조에 해가 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로봇산업의 예를 들면 연속성이라는 정책이 핵심이 되어 있기에 참여정부 때의 잘못된 정책이 수정될 기회를 갖지 못하고 현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이름만 바뀌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새로운 연속성이라는 모순이 변화를 가로막는다.
정부는 정치권과 원만한 관계를 바란다. 성장동력, 균형발전, 지역특화 등의 명분을 바탕으로 정치권에서 바라는 것을 먼저 해줘야 한다. 그래서 10년간 끌어 올렸던 국가 로봇 역량이 분산되면서 10년 이상을 후퇴하게 된다. 로봇은 모든 부처, 지자체, 연구소에 분산되어 연구되는 대표적인 산업분야에 해당한다.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집중을 해도 세계와 경쟁하기 어렵다. 최고 전문가들이 도전해서 성장을 출발시킨 후에, 성장의 결실을 확산시키는 균형이 이루어질 때에만 성장과 균형의 조화가 완성된다. 누가해도 마찬가지라는 인식은 처음부터 실패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 서로 다른 목적과 꿈을 가진 기관들을 한데 모아놓기를 좋아하고, 같은 꿈을 꾸도록 만드는 정책이 없어도 과제 안에 함께 들어가 있으면 좋은 협력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과제의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 가능한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이들의 협력이 성공으로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런 협력과제들은 정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투자되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국가연구소는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보다는 국가연구소의 발전에 더 관심이 크다. 연구비 수주 총액으로 연구원의 능력이 평가받는다. 정부의 씽크탱크(Think Tank)로 봉사하면서 연구개발비 수주에 가장 유리한 우선순위의 지위를 누린다. 수주한 과제에서는 화살을 쏘고 나서 떨어진 곳에 과녁을 그려도 되기 때문에 항상 100% 성공한다. 무엇이든지 하면 된다.
대학은 학생들을 위해서 정부과제에 참여한다. 학생이 많은 교수는 더 많은 연구비를 받아와야만 한다. 대학에서도 점점 연구비 수주 총액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논문을 많이 내면 학교의 발전에 기여하는 우수한 교수로 평가받는다. 굳이 개발 목표의 달성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기업은 사업핵심과 관련된 일은 정부과제로 하는 것을 피한다. 수요조사를 해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비밀이 공개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같은 꿈을 꾸지 않는 대학교, 연구소와 함께 만드는 계획은 실현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과제만으로 유지되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이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되어 있다.
결국 정부의 주도하에 만들어지는 연구소, 대학 그리고 기업의 협력이 실질적인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등에서 성공해 온 접근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핵심 원인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정부는 18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통합관리하는 과학기술정책원을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각 부처 산하에 있는 18개 전문관리기관을 통합하는 새로운 평가원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노력을 해도 과거에 머물게 하는 연속성, 성장을 희생시키는 균형, 자기만족을 위한 협력을 강조하는 기존의 정책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그리고 중복투자만 제거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같은 꿈을 꾸지 않는 우리 스스로 장벽을 만들고 힘들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