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90억 달러… 모바일 기반 의료산업 '으랏차'
의사 45% '모바일 전자의무기록' 확인
원격 의료서 다이어트까지 영역 넓혀
작년 115개 기업 주식시장 진입 성공
IT 기술혁신 등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지난해 미국 투자시장에서 헬스케어 분야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전자 지도를 비롯한 바이오 기술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디지털 헬스 분야의 신사업들이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는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또 관련 투자와 사업 발굴이 활발해지고 의료·정보기술(IT)이 발전하는 등 헬스케어 시장 혁신의 발전 토대도 마련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급증=바이오 기술과 디지털 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올 1분기 동안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들은 39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최고치였던 지난해 2분기의 34억달러 규모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대비 72% 증가한 약 21억달러로 나타났고,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대비 56% 증가한 4억3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와 다국적 회계감사업체 PwC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헬스케어 부문에 대한 총 벤처투자는 90억달러로, 전년보다 30% 늘었고 지난해 미국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총 304개 기업 중 115개가 헬스케어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54개에 불과했던 2013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입니다. IPO 금액은 97억달러에 달했습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발굴도 활발=바이오테크와 함께 지난해 벤처투자 업계에서 크게 주목받은 헬스케어 분야는 디지털 헬스입니다. 디지털 헬스는 전자건강기록(EHR), 원격의료 등 의료 분야와 피트니스, 다이어트 관리 등 웰니스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전문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한 것도 넓은 영역 때문입니다.

액셀러레이터는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해 자금조달과 멘토링, 네트워킹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체로 3~4개월 동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종료되면 언론과 투자자를 상대로 사업아이템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미국의 헬스케어 전문 액셀러레이터는 의약, 의료기기 등의 기업도 육성하지만 주로 디지털 헬스 분야의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액셀러레이터인 록헬스는 2011년 9억달러였던 디지털 헬스 분야에 대한 투자는 2014년 41억달러 규모로 4배 이상 성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과거 25년간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어난 변화 중 가장 획기적인 것은 '정보화'입니다. 이는 의료기관에서의 정보화는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며,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줍니다. 미국의 의사들은 모바일 진단기나 애플리케이션 등에 대해 과거보다는 호의적입니다. 이 같은 기기와 앱 등을 통해 축적되는 막대한 데이터를 의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PwC가 미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모바일 기기로 전자의무기록(EMR)에 접속한다는 응답이 45%에 달했습니다. 2010년 12%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모바일 기기로 의료영상을 확인한다는 응답은 2010년 7%에서 지난해 32%로 5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새로 그려질 헬스케어 시장지도=바이오나 헬스케어 분야 벤처 투자에 자금이 몰리면서 과거 닷컴 거품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2000년대 초의 호황기에는 실적보다는 가능성에 의지해 투자가 이루어졌다면, 십수 년이 지난 지금은 실적에 기반을 둔 투자가 다수입니다. 예컨대 과거에는 신약개발이 '일확천금'을 보장하는 것처럼 평가됐지만, 이제는 실적에 기반을 둔 가치평가 모델을 통해 기술과 제품 등 역량을 검증받은 기업들이 투자를 받게 되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입니다.

바이오테크, 바이오 의약 분야의 경우 벤처업체들의 개발 역량이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갖춰진 상태입니다. 다만 신생 분야인 디지털 헬스의 경우는 아직 초창기라 검증할 만한 도구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평가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 성과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실제 미국에서 디지털 헬스 분야의 기업이 과거보다 5배 이상 증가했지만 수익을 내는 회사는 몇 개 되지 않는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수의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들이 실적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합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이들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체제가 잘 발달해 있고,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같은 규제기관이 나서서 디지털 헬스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는 어느 분야보다도 영상정보 분석기술, 센서기술, 빅데이터 등 IT 기술의 혁신으로 발전이 빨리질 여지가 큽니다. IT와 융합되면서 미래의 혁신을 주도하는 부문이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기존의 관련 기업뿐 아니라 IT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스타트업들의 진출도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들이 지금과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연구개발 등 차별화된 역량으로 맞서 나간다면 헬스케어 부문에서의 시장 지도가 새롭게 그려질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미국시장에서 불어온 헬스케어 투자 붐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의 창업지원 및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기술금융 활성화 등의 정책의 영향도 있지만, 기존 주력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바이오나 헬스케어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영향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헬스케어 분야의 시장 환경은 관련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등 사업화의 장벽이 높습니다. 헬스케어는 금융 못지않게 안전문제와 개인정보보호 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을 가속해 새로운 성장 바탕을 마련하고, 국민의 건강과 후생을 높일 수 있는 정책과 규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서영진기자 artjuck@
도움말=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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