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건강 진단하는 바이오 스탬프 등 사회 불평등 해소 미래기술로 주목받아 세계 과기인들 만남 통해 삶의 질 개선 등 협력 확대
한성옥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개나리, 진달래, 목련, 철쭉, 라일락, 장미… 꽃들과의 만남이 계속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얼마 전에 명함을 정리하면서 참으로 많은 만남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로 과학기술 분야의 사람들과 만남이 많았지만, 2014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과학기술계는 물론, 정치, 경제, 입법, 인문, 예술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만남도 많아졌습니다. 명함을 정리하면서 언제 무슨 일로 만난 지를 떠올려보기고 하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면서 한 번의 만남에서 이제는 아주 친한 사이가 된 사람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오다가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의 인연이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아주 작은 만남이라도 전생의 인연에서 비롯됐으니 살면서 겪게 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합니다. 불가의 인연법에서는 '옷깃을 스치는 인연'은 전생에서 500겁(劫)의 만남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는데 인연의 겁이란 우주가 태동해서 멸망하기까지의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을 의미하니 그동안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는 친한 사이가 된 사람들과는 과연 서로 어떤 인연이 있는 걸까요.
그동안 만난 많은 사람들 중에는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거나 심지어는 가슴에 새겨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항상 세상을 밝게 보는 사람, 남을 배려하는데 앞장서는 사람, 따뜻한 사람, 그리고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마치 자기 전문분야와 연애를 하는 듯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 어떠한 환경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자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데에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해 앞장서는 사람,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사람, 그리고 내가 있음을 알게 해주고, 나를 불러주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항상 긍정적이고 발전적이며, 서로 간에 많은 가르침을 주고받는 시간들로 채워집니다.
최근에 과학기술인들은 따뜻한 과학기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인들은 시각장애인용 디지털 지팡이, 실시간 건강을 진단하는 바이오 스탬프, 에너지 빈곤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진공단열 기술을 이용한 제로에너지 빌딩 구현 등과 같이 올해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줄여줄 따뜻한 미래기술로 선정된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 전념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물 오염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남아 개발도상국에 과학기술을 활용해서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고 위생시설을 개발하여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등 국제적인 협력과 봉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과학기술인은 2011년부터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of Women Engineers and Scientists: INWES)의 회장국으로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여성과학기술인들을 지원하고 관련단체가 설립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INWES는 2008년부터 UNESCO의 공식 NGO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세계네트워크로서 약 60여 개국, 약 25만여 명의 개인 및 단체회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원을 받은 이들 국가의 여성과학기술인들은 다양한 만남을 통해 자국 및 세계 과학기술의 발전과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생활하고 나누게 될 것입니다. 과학기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서로 만나 나누고 많은 가르침을 주고받으며, 함께 불러주어 현재가 있게 해준 것과 같이 과학기술인들이 앞으로도 계속 사회를 보다 아름답고 살기 좋게 만들 수 있는 따뜻한 만남을 많이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모두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