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리더십 검증 현재진행형... M&A-구조조정-지주사 전환 등 '산 넘어 산'

이건희 삼성 회장 '입원 1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지 만 1년이 지난 현재 삼성그룹을 이끄는 실질적인 리더는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수성이 창업보다 어렵다는 옛말처럼 제2의 수성을 위해 바쁘게 세계를 누비고 있다.하지만 이 회장 입원 1년이 지나면서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오너로 입지를 굳혀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경영권 승계 문제를 탈 없이 마무리하고 '이재용 표' 그룹 신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리더십 검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M&A, 구조조정…'치열한 새판 짜기'=지난해 5월10일 이 회장이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후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다. 지난 1년간 이 회장의 상태는 꾸준히 호전돼 심장 기능을 포함한 신체기능은 정상을 회복한 안정적인 상태로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어 의식을 회복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에 그룹을 책임져야 하는 이 부회장의 행보는 바빠졌고, 1년 동안 삼성은 많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이뤄진 삼성 화학·방산 계열사의 매각이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데 합의했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또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SDS가 상장했고, 기존 제일모직은 패션과 화학 부문으로 나눠 져 화학은 삼성SDI로 넘어갔다. 코닝과 합작사인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 지분을 매각해 그룹에서 분리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추진은 주주들의 반발로 실패했지만,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이 밖에도 각 계열사별로 인력과 사업 등 전방위에 걸친 조직 구조조정에 나서는 중이다. 삼성전기는 자동차용 부품 등 신사업을 전담하는 신사업추진팀을 만들었고, 삼성SDI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 사업을 정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부문에 속해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별도의 부서로 분리해 TV 등 중대형 부문까지 영역을 확장할 움직임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의 빠른 변화에는 세 불리기보다 전자와 금융, 중공업·건설 등 주력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의 키워드가 담겨있다"며 "이 회장의 '마하경영'에 이 부회장의 '오픈 이노베이션 마인드'와 합쳐지면서 수년 내 삼성의 사업구조는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넓어진 경영 보폭 '과감한 투자·신사업 창출'=최근 1년 동안 삼성과 이 부회장의 주목할 만한 변화를 꼽자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다. 지난해 5월 이후 삼성전자(계열 포함)가 추진한 M&A만 8건이다. 이는 2007년 이후 삼성전자 계열이 추진한 전체 인수합병의 36.3%다. 대부분 해외 업체였고 연구·유통 등 네트워크와 기술 경쟁력 강화가 주목적이었다. 기존 사업의 규모를 늘리기보단 기업 간 거래(B2B), 사물인터넷(IoT), 핀테크(금융+IT) 등 신수종사업의 영역 확장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신사업 육성을 위한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행보도 눈에 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조 케저 지멘스 회장,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의 세베린 슈반 최고경영자(CEO), 미국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 등을 만났다. 금융분야에서도 세계 최대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의 피터 틸 창업자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의 금융기업 최고경영진을 만나는 등 계열사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지주사 전환 등 과제 산적=이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은 일단 합격점에 가깝다. 지난해 3분기 어닝쇼크 수준으로 부진했던 삼성전자의 실적은 V자 상승곡선을 타고, 내부 잡음도 거의 없을 만큼 조직 장악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이재용 삼성호가 출발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최근의 계열사 재편으로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재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단순화했다. 다만 안정적인 승계구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는 복잡할수록 적대적 M&A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삼성전자홀딩스(가칭)'라는 투자사를 만들어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비록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상장으로 상당한 현금동원 능력을 확보했지만,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경영권을 위협할 요소가 거의 없는 만큼 급할 게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주사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을 차라리 반도체 등 대규모 사업투자에 쓰는 편이 이익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남아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비금융권 기업의 중간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M&A 관련 법 규제와 절차를 완화해 주는 소위 '원샷법' 등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 의무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제일모직과 삼성SDS 주식의 움직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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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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