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성과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
재난에 관한 합리적 자세·반성 필요


히말라야 산중 깊숙이 숨어있는 '은둔의 땅' 네팔에서 참혹한 재앙이 일어났다. 인구 밀집 지역인 카트만두와 포카라 사이의 지하 11㎞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강진과 8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발생한 65차례의 끔찍한 여진이 남긴 피해는 정확하게 추정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인도·방글라데시·티베트 고원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네팔이 분명한 과학적 경고를 무시해서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도 있다. 아이티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던 2010년에 많은 지진 전문가들이 다음 대지진은 네팔에서 일어날 것이고, 그 규모는 아이티보다 10배나 큰 8.0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고 한다. 미국의 지진 연구단체는 이미 15년 전에 카트만두에서 지진이 일어나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였다는 소식도 있다. 심지어 지진 발생 일주일 전에 50명의 지진 전문가들이 카트만두에 모여 네팔 지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지역을 정확하게 맞췄고, 다음 강진은 일본의 도쿄를 포함한 난카이 지역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지진 전문가들의 과학적 분석이라는 소식이다.

이탈리아 로마 인근 라퀼라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9년 4월 6일 새벽에 발생한 규모 6.3의 지진으로 309명의 주민이 숨졌다. 6개월 동안 계속된 약한 지진으로 공포에 떨던 주민들은 라돈 이온 방출량을 근거로 대지진이 임박했다는 어느 기술자의 개인적 주장을 믿고 집을 떠나 대피했다. 그러나 지진 1주일 전 소집된 정부의 재난위원회는 대규모 지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 발표를 믿고 대피에서 돌아온 주민 중 29명이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다. 결국,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과학자가 주민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진행 중이다.

미래의 일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은 과학의 중요한 성과다. 실제로 오늘날 과학의 예측 능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수백 년 후에 일어날 일식과 월식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각과 장소를 알아내는 일은 식은 죽 먹기 정도로 간단한 일이다. 10년 8개월 동안 무려 64억㎞를 날아간 우주선을 지름 4㎞의 초소형 혜성에 착륙시키는 일도 거뜬히 해낸다.

그러나 현대 과학이 모든 일을 정확하게 예측해주는 것은 아니다. 현대 과학적 예측은 정확한 원인을 알고 충분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지진·해일·태풍·화산은 정확한 예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재해가 발생할 개연성을 알려주는 정도가 고작이고, 그나마도 정확한 시각을 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연재해가 주기적으로 일어난다는 주장도 분명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네팔은 지구 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다. 매년 4㎝씩 움직이는 '인도판'이 거대한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어 가는 경계면에 있기 때문이다. 무려 5000만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히말라야의 고산 준봉과 티베트 고원이 인도판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움직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34년 카트만두 동부를 강타한 규모 8.1의 강진으로 네팔과 인도에서 8500명이 희생되고, 1988년 규모 6.5의 지진으로 720명이 사망한 것도 인도판의 움직임에 의해 생긴 참사였다.

일단 재앙이 일어난 후 과거를 돌이켜보면 예측과 경고를 무시했던 일이 안타까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예측과 경고를 무작정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네팔과 라퀼라의 경우가 그렇다. 과학적 근거를 앞세운다고 사정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현대의 과학적 예측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팔 정부가 불확실한 과학적 예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지진 피해에 대비하지 못했던 것을 탓해서는 안 된다. 안전에 대한 투자, 재난 구호, 피해 복구는 경제적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난에 대한 우리의 불합리한 자세에 대한 냉정한 반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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