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기술 중요성 커지면서 학생들 전공 선택 잇따라 적정한 교수 채용과 인프라 구축 시급해 교육환경 제대로 갖춰 SW인재 양성 서둘러야
최종원 숙명여대 정보과학부 교수
작년 가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이 경제학과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 교수의 '경제학 원론'이 아니라 '컴퓨터과학 개론'이라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는데, 전체 학부생의 12%인 818명이 수강 신청을 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교 에드 라조우스카(Ed Lazowska)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워싱턴 대학교, MIT, 스탠포드, 펜실베니아 대학교 등 미국의 많은 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박근혜 정부에서 소프트웨어의 기술과 활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지향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제2의 벤처 붐이 일어나면서 컴퓨터과학/공학을 부전공/복수전공으로 선택하려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의 활성화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융합기술의 발전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의 채용인원의 80%~90%가 이공계 졸업자이며 따라서 학생들은 취업이 잘되는 학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졸업하기를 바라며,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컴퓨터과학/공학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과 함께 찾아온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과 전공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관련 과목을 수강함으로써 자신의 전공과 접목하여 융합적 사고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것이 과연 반갑기만 한 것인지 그에 따른 문제는 없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과거 80년대 중반의 PC 보급과 함께 컴퓨터과학 전공자가 늘어났던 시기와 90년대 후반 인터넷 버블 시대와 더불어 백만장자의 꿈을 꾸며 컴퓨터를 전공하던 시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학생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첫째, 대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의 확보가 적정하게 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미리 교수 채용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 현재 많은 대학교에서 컴퓨터 관련 과목에 시간강사를 활용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컴퓨터 활용, 컴퓨터과학 입문/개론 등 교양 과목들은 대부분 시간강사를 활용하고 있고 일부 전공과목들에도 시간강사를 투입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전임교수로부터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높은 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컴퓨터과학 교육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일 수 없을 것이며, 지난 수년간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아 걱정이다.
둘째, 이론 중심의 교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재의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며, 현실을 반영한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으로 개편돼야 한다. 특히, 실험·실습 위주의 실무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국제 학회인 ACM과 IEEE가 공동으로 연구하여 개발한 '컴퓨터과학 교육과정 2013'을 참조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국민대학교가 올해 처음으로 전면적인 컴퓨터과학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교육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실험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기대된다.
셋째, 소프트웨어 활용과 개발을 위한 실습 위주의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교실, 실습실, 실습조교 등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많은 대학교에서는 이러한 공간 및 실습조교 확보를 위한 투자는 외면한 채, 이공계 확대의 우선적 목적을 연구논문 수 증대, 연구비 확보, 취업률 증대 등을 통한 학교의 위상을 높이려는데 두고 있다. 결코 양적 인력 양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질적으로 우수한 인력양성을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며, 향후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과 올바른 이해력을 갖추기 위한 학생들의 관심은 당분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과학/공학 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이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이제는 제대로 교육환경에 대한 투자를 통해 철저히 준비하고 또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