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IS 사태로 대형 프로젝트 잇단 연기 올 중동 수주 63억8000만달러 전년대비 72%↓ 업계, 중남미·아시아 시장 개척 다변화 움직임
유가 하락과 IS(이슬람국가) 사태 영향으로 중동발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연기되면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이 급감해 건설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체별로 성적표가 엇갈리는 가운데 중남미와 아시아 시장 개척을 통한 해외 시장 다변화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업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올해 해외 건설 계약건수는 22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38건)보다 15건 줄었고, 수주액은 작년(278억9000만달러)보다 21.4% 감소한 219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해외 수주 감소에는 중동 영향이 가장 컸다. 작년 4월말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수주한 공사금액은 223억달러였지만 올해는 28% 수준인 63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유가 하락과 IS 사태로 주요 발주처들이 대형 프로젝트 입찰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중남미와 아시아 지역 수주는 작년보다 늘었다. 국내 건설사가 작년 중남미에서 수주한 사업은 6건 10억7000만달러 규모였으나 올해는 17건 40억8000만달러를 계약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시아도 작년(10억9000만달러)보다 약 4배 늘어난 40억8000만달러를 계약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유가 하락과 IS 때문에 중동에서 발주물량이 크게 줄었지만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계약을 따내며 감소분을 만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별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강세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에서 LG상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약 48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작년 22억9000만달러를 계약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30일 기준 수주액 49억1000만달러로 업계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해 목표인 68억달러 수주 달성을 위해 CIS(독립국가연합)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화건설의 수주액은 21억4000만달러로 작년(9억5000만달러)보다 늘었고, 포스코건설도 3억2000만달러에서 5억3000만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나머지 건설사의 실적은 대부분 줄었다. 현대건설은 작년 4월말까지 24억8000만달러를 수주했으나 올해는 5억1000만달러에 그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작년은 60억달러 규모 이라크 카르발라 플랜트 사업을 GS건설, SK건설과 공동 수주해 실적이 컸다"며 "앞으로 수주 강세지역인 중동뿐 아니라 공을 들이고 있는 중남미와 CIS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서 26억달러 규모 대형 플랜트를 수주한 GS건설은 현재 수주 실적이 32억9000만달러로 작년(42억6000만달러) 규모를 밑돈다. GS건설 관계자는 "중동을 비롯해 중남미와 아시아에서도 수주 확대 전략을 수립해 집중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41억6000만달러 규모를 수주했지만 올해 단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삼성ENG 관계자는 "올해부터 양질의 프로젝트를 선별해 수주하는 전략을 세워 1분기에 신규 수주가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작년(17억5000만달러)보다 낮은 2억3000만달러 수주에 그치고 있지만 회사 관계자는 "중동 등에서 계약 전 단계인 프로젝트가 몇 건 있어 긍정적인 소식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대우건설, SK건설 등도 작년 실적보다 낮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양질의 프로젝트 수주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의 수주 지원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1분기 때 취소한 해외수주지원단을 5월 이후 중남미 국가에 파견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