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이상 고액에 적용하고 있는 금융자동화기기(ATM, CD) 지연인출 시간이 현행 10분에서 은행별 최대 30분으로 늘어난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자율적으로 자동화기기 지연인출 시간을 현행 10분에서 30분으로 늘린다.
우리은행은 고객 공지를 통해 이달 19일부터 수취계좌 기준 300만원 이상 현금 입금된 건(송금, 이체 포함)에 대해 자동화기기에서 인출할 경우 입금된 시점부터 30분 후 인출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최근 고객들에게 금융감독당국의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척결 특별대책에 부응해 이달 27일부터 30분 지연인출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1일, 하나은행은 2일 지연인출제도를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약관개정에 나섰다. IBK기업은행은 자동화기기 지연인출 시간을 30분으로 조정하기 위해 은행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 현금카드 이용약관, e-모든 통장 특약 등을 변경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변경된 내용을 적용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2년 1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이스피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그해 2분기부터 이체 후 ATM 등에서 10분이 지난 후 인출하도록 하는 지연인출제도를 도입했다. 이번 조치는 은행들이 여기에 더해 자율적으로 지연인출 시간을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연인출 시간이 30분으로 늘어날 경우 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할 수 있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이스피싱 등으로 이체된 돈이 즉시 인출되는 것을 막아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급전을 송금받아 이용하려는 일반 고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동화기기 인출시간을 30분으로 늘리면 금융사기로 인해 피해금액 회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한편으로 정상 고객들의 불편도 예상돼 고민이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를 의식해 지연인출 시간의 의무적 확대는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신중히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4월 13일 금감원 관계자들은 보이스피싱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연인출제도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