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한때 세계 최고의 핀테크 강국
유사 서비스 앞서 나가 글로벌 기업 성공사례를
무조건식 따라하기 경계해야 창의적 아이디어 필요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금융산업과 기술이 융합한 핀테크가 대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핀테크 관련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추어는 세계 핀테크 시장이 2013년 29억달러에서 2018년 80억달러(약 8조7216억원)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클라우드 펀딩업체 '와디즈', 비트코인업체 '코빗'등 핀테크 기업에는 높은 연봉과 직업의 안정성을 박차고 나온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잘나가는 핀테크 전문가의 강연에는 청중이 구름처럼 모여 들고, 플래시 세례가 터지는 등 핀테크 아이돌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이 높다. 핀테크 전문가는 이제 금융산업은 경계가 허물어지고 핵심 경쟁력을 갖춘 핀테크기업과 융합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단언한다.

핀테크에 대한 지대한 관심 속엔 항상 페이팔, 알리페이 등 성공한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 대한 분석과 부러움이 뒤를 잇는다. 우리나라 대표 핀테크 서비스인 카카오월렛 등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나친 규제를 성토한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뿌리를 두고 있는 핀테크 서비스의 세계적 성공을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영문 합성어로 인터넷·모바일 공간에서 결제·송금·이체, 인터넷 전문 은행, 크라우드 펀딩, 디지털 화폐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뜻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때 세계 최고의 핀테크 강국이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보다 두 세 걸음은 앞서 있는 것으로 여겼던 미국마저도 전자금융 분야에서 만큼은 우리가 낫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페이팔 서비스가 시작되었을 때 편리하고 혁신적이라고 느꼈던 사람은 없었다. 회원 가입만 해도 5달러를 입금해주는 마케팅이 파격적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우리에게는 미국에게는 없는 실시간 이체서비스가 있었고, 편리한 온라인 결제서비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페이팔 보다 앞선 시기에 국내에서 시작되었던 유사 서비스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결제서비스로 시작한 알리페이가 대출(알리바바파이낸셜 2007년), 투자(위어바오 2013년), 보험(중안온라인보험 2013년)과 은행(마이뱅크 2015년)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우리의 자부심은 조바심이 되고 있다. 필름의 최고 기업이었던 코닥과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최강자였던 소니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쇠퇴했듯,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의 전자금융이 오히려 핀테크 시대를 맞아 우리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새옹지마'라는 격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성공사례를 무조건 뒤따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시작해서 페이팔이나 알리페이와 같은 규모의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생체인식, 증강현실 등을 활용하여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편리한 결제서비스,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핀테크 전문가로 맹활약하고 있는 경희대 이경전 교수의 "간편함과 편리함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거래가 핀테크의 핵심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깊이 새겨야 한다. 기존의 핀테크 기업이 결제서비스를 시작으로 기존의 금융서비스로의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면 우리는 같은 경로를 따를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금융서비스를 창출하는 핀테크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작년 6월 싱가포르의 앤디 추아라는 남성은 워렌버핏과의 세 시간짜리 점심을 220만 달러에 구입했다.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더 놀라운 것은 워렌버핏과 식사한 이들은 버핏의 자문을 듣고, 그들이 지불한 점심값 보다 몇 배 더 큰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만약 워렌버핏의 금융지능을 컴퓨터에 담는다면 어떤 금융서비스가 가능할까. 최근 뇌의 역할과 동작원리를 밝히는 브레인맵(Brainmap)이라는 융합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넘어 인간의 뇌를 통째로 컴퓨터로 옮기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물론 아직 먼 이야기이다. 다만 앞선 성공을 따라하려 하지 말고 창의적인 핀테크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새옹지마' 라는 격언을 풀어내는 옛 이야기에는 반전이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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