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추진 … 업계·정부 '구체적 내용 부족' 회의적
정치권에서 카드업계 '공공밴(VAN, 결제승인대행업체)' 설립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해당사자인 카드사들과 밴사는 물론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도 회의적인 시각이어서 실제 공공밴 도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영세 소상공인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해 공공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한명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달 27일 관련 내용을 담은 여신금융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광주 서구을 4.29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천정배 전 의원(무소속)도 자영업자 생존을 위한 공공밴 설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 의원 측은 "밴사가 대형 가맹점에게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영세 가맹점을 대상으로는 고금리 대부업을 하거나 개인정보를 불법 매매하는 경우가 있다"며 "밴시장 구조 개선에 대한 영세가맹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공공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정부는 정치권의 논의가 공공밴 도입에 따른 향후 생태계 내 비용 분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우선 금융위가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지 않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공공밴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공공밴을 도입했을 시 얼마나 수수료 인하 여지가 있는지, 기존 밴사와 어떻게 협의할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금융위 내부에서는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해야 하는 공공 성격의 밴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드사들은 공공밴 추진이 겉으로는 소상공인과 서민 보호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술력과 경험이 부족한 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밴 정책은 결국 밴사에게 공공성을 추구시키겠다는 생각인데 밴사와 밴대리점도 카드 결제시장 생태계 안의 엄연한 영리추구 기업"이라며 "공공성만을 강조한 공공밴의 난립으로 밴 수수료를 극단적으로 줄이게 되면 기술력과 투자, 경험이 부족한 소상공인형 밴사만 넘쳐나 결제시장 자체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밴 추진은 현재 지지부진한 IC단말기 보급사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밴업계 역시 반발하고 있다. 보급사업을 펼칠 전문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공공밴을 통해 IC단말기를 보급한다는 아이디어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밴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밴이 현실화되면 소상공인연합회가 또 다른 이권사업단체로 변질될 것"이라며 "체계적으로 보급사업을 할 수 있는 대리점과 전문조직이 없는 소상공인들에게 카드결제·밴 생태계의 주도권을 넘겨주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동규기자 dkshin@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