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국내외업체 결제시스템 운영 허용… 국내 카드업계 '잰걸음'
중국이 자국 신용카드 시장 개방을 공식 선언했다. 중국 국영 금융사인 유니온페이의 14년 독주가 깨지고 16억 중국 카드시장이 열림에 따라 국내 카드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국 신용카드 시장은 약 2조5000억위안(약 430조1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며 최근 5년간 연평균 31%씩 고속성장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국무원이 '은행카드 결제(청산)기구 신청 및 관리에 관한 규정'을 통해 6월부터 국내외 업체가 카드결제 시스템을 신청해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보도했다. 결제기구 신청 요건으로는 △중국 내 등록자본금 10억위안 이상 △신청일로부터 1년 전의 총자산이 20억위안 이상이거나 순자산이 5억위안 이상 △은행 지불결제 등 해당 업무 종사 기간 5년 이상 및 연속 흑자 3년 이상 △신용도가 양호하고 최근 3년간 위법행위 기록이 없어야 한다 등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금융부문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위해 해외 카드사들의 중국 신용카드 시장 진출을 봉쇄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중국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결제 시스템이 외국계 카드사 진출을 제한해 국제 규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받아 올해 8월 29일 이전까지 관련 시장 개방을 허용하기로 한 상태였다.

이번 결정으로 2002년부터 자국 카드결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유니온페이의 독점 구도가 깨지게 됐다. 또 이번 조치로 그동안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던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신용카드 업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사 중에는 중국 유니온페이사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온 비씨카드나 최근 알리바바와 협력을 맺고 결제정산 대행서비스를 개시한 하나은행 등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하나은행은 중국 현지에 설립한 현지법인인 '중국하나유한공사'를 통해 이미 30여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어 이 같은 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실제 의도를 파악한 후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계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현재 제시한 조건만 살펴보면 은행계에 열어주겠다는 것인지 개별 카드사에 시장을 열어준다는 의도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WTO의 압박에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시장을 오픈하겠다는 것인지 중국 정부의 속내부터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규기자 dkshin@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