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분기 0.8% 증가 그쳐 당분간 경기회복세 미약"… 기업 수익성·매출 증가율도 하락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됐고, 기업 수익성도 더욱 악화됐다. 한국은행과 경제 전문가, 금융투자(IB) 업계에서는 2분기에도 한국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1분기 실질 GDP(속보)'에 따르면 1분기 GDP는 361조971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8% 증가하면서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지속했다. 다만 이는 한은의 기존 전망치와 같고, 금융시장의 예상치(0.6%)보다는 높은 것이다.
분기 성장률은 2012년 3분기 0.4%에서 2013년 2분기 1.0%로 올랐지만 같은 해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0.9%로 낮아졌다. 지난해 1분기는 1.1%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2분기에는 0.5%로 반 토막이 났고, 3분기 0.8%, 4분기 0.3%까지 떨어지는 등 올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부문별 1분기 실적은 민간 소비는 내구재와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0.6% 늘어나는 데 그쳤고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 분기 4.0%에서 0%로 하락했다. 수출은 LCD와 자동차 등 재화 수출이 줄었지만, 서비스 수출이 늘어난 덕에 전 분기와 변동 없이 증가율이 0%를 기록했다. 전 분기 수출 증가율은 0.4%였다. 수입도 0.5%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율이 전 분기보다 0.2%p 하락했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민간소비가 전 분기보다 약간 회복됐지만 크게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한은 측은 국내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최근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0.3%p 낮춰 잡았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기존 1.9%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0.9%였던 수출 증가율(통관기준)은 올 1월 -0.9%, 2월 -3.3%, 3월 -4.2%로 감소세가 심화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들의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간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속보)'을 보면 지난해 국내 주요기업 1731곳의 매출대비 영업이익률은 4.32%를 기록했다.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3년에는 4.73%이었다. 지난해 기업들이 1000원 어치의 제품을 팔아 43원의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매출도 줄었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2013년 0.7%에서 2014년 -1.5%로 전환했다. 이는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출 가격이 내려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3년 1095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53원으로 하락했고, 수출 물가는 전년 대비 6.0% 떨어졌다. 그러나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95.3%에서 2014년 95.7%로 0.4%p나 늘었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보다 많이 떨어진 탓에 매출원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며 "영업이익률이 하락은 판매관리비가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과 해외 IB업계에서는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져 2분기에도 한국경제가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GDP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5%로 낮췄고, IHS이코노믹스의 예상치는 2.9%를 제시했다.
BNP파리바의 전망치는 2.7%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소비·투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쉽게 살아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 2분기에도 경기회복세는 미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