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학원의 교무실에서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학원을 계속할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일, 잘못하면 모든 것을 잃을 지도 위험을 안고 바닥부터 시작하기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2013년 여름 내가 본 사교육 시장의 추세는 대형 학원이 중·소형화되고 작은 학원들은 공부방이나 과외로 형태를 달리하고 있었다. 교재 시장에서도 소위 메가 베스트셀러를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이 가시적으로 보였다. 이제 학생들이 학원의 명성을 쫓아다니는 시대가, EBS나 메가스터디 스타 강사의 권위에 눌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교육 분야조차 개인화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무관치 않았던 것이다.
학습데이터의 개인화 추세를 시스템으로 표현하기, 나아가 사업적으로도 성공하기, 그것이 가능할까에 대한 1주일간의 고민 끝에 나는 오프라인 학원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다행히 하우투리슨은 영어듣기 파트에서 꽤 유명해져 있었고, 내게는 집체식 교육의 대안제시라는 꽤 그럴듯한 명분과 수익모델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도 있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작은 사무실에 둥지를 틀었지만 10년 이상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만 하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창업 교실을 통해 만난 스타트업 회사 대표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꾸준히 교류를 계속했다. 학원 강사들로 이루어진 우리 팀원만으로는 시작조차 할 수 없음을 절감하고 있던 터라 작은 행사나 교육자리는 빠짐없이 참석하며 하우투리슨의 명분과 가치를 알리려 노력했다.
스마트창조마당에 입주한 40여개 스타트업 회사들의 아이템과 전문성을 조사한 후, 우리의 명분인 '학습데이터의 개인화'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술성과 영어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던 팀제이디자인을 찾아갔다. 하우투리슨의 명분과 가치와 비전을 말하고, 미래를 같이 하자고 했다. 같은 스타트업인 주제에 다른 회사에 투자하라는, 어찌 보면 황당할 수도 있는 제안이었지만 나는 1주일 후 10여명의 전문 기술 인력과 1억이 넘는 자본금을 충당할 수가 있었다.
영어강사로만 이루어진 팀에 기술 인력과 그들의 자본을 한꺼번에 확보하게 된 우리 팀은 작은 사무실을 떠나 좀 더 큰 공간을 찾아 이사를 했다. 좋은 팀원들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그들이 모두 주주로 참여한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6개월 정도를 예상했던 개발기관은 15개월을 넘기고 있고 통잔잔고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할 때 우리는 하우투리슨의 베타 버전을 간신히 출시할 수 있었다. '학습데이터의 개인화'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시장 설득하기, 혹은 학습자들의 학습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마도 나 스스로 설득되는 것이나 팀원들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울 것이다. 내수용 어플의 베타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40여개국의 한국 학생들이 사용하고 하루 가입자도 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트래픽과 매출추세가 증가하는 것을 보며, 수험생들의 학습습관을 우리가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되고 있는 수험자들의 학습습관을 우리가 맞춰간다고 믿고 있다.
스타트업에게 일반적으로 두세 번의 위기가 찾아온다고 한다. 개발과정에서, 또 시장진입 단계에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 지난 15개월 동안 우리에게도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트래픽과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온 것은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명분과, 그 가치를 함께 공유한 우리 팀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소한 창업자 자신과 팀원들이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는 명분을 공유하고, 세상이 몰라주면 알아봐 줄 때까지 설득하겠다는 열정과 패기가 중요한 것 같다. 그것이 창업투자사의 펀딩보다 100배 소중한 자산이며 앞으로의 추진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건 하우투리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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