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금융 5대악' 중 하나로 규정하고 강력한 단속을 선언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금융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디지털타임스 취재 결과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이 5대 금융악 척결을 선언한 이후로도 각종 금융사기가 위축은커녕 계속되고 있다. 금융사기 신고 사이트에 스미싱, 대출사기, 대포통장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16일 한 누리꾼은 "KB국민카드라며 결제가 안 된 금액이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스미싱 문자로 보인다"고 신고했으며, 17일 한 대출사기 피해자는 "낮은 금리로 햇살론을 대출해주겠다며 보증에 필요하다고 120만원을 입금했는데 이후 200만원을 더 요구하고 있다"며 "대출사기로 보이는데 어찌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18일에도 금융사기 신고는 이어져 한 피해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통장을 빌려달라는 재택알바 권유를 받았다"며 "체크카드를 보낸 후 생각해보니 대포통장으로 보여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불법금융범죄 신고 게시판에도 가짜 저축은행 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한 사례부터 불법 사기대출 대포통장 판매 등에 관한 신고가 8일 이후 70여건 이상 올라왔다. 심지어 금융 5대악 척결대책이 나온 지 보름도 안 돼 벌써 이를 빙자한 사기까지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금융사기 척결 의지는 환영한다. 다만 금융사기의 근원을 파악해 보다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고객 스스로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수사당국과 협조해 단속을 강화하는 수준으로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을 실증해 보이기라도 하듯 날로 대담해지는 금융사기를 척결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 확산되고 있는 금융과 ICT의 결합인 핀테크는 금융의 고도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범죄의 고도화를 낳을 수 있다. 일단 선포식부터 하고 요란하게 척결만 외쳐서는 과거 금융사기 단속이 그랬듯 이번에도 '의욕적이지만 공허한 캠페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유독금융사기가 극성인 이유는 중국에서 활동 중인 조직의 소탕 어려움, 안전보다 신속·편리함을 우선시하는 문화, 금융사기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국내 수사당국과 협조뿐 아니라 중국 등과 국제공조를 확대해야 한다.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해외 총책 및 콜센터를 추적, 검거해 더 이상 한국 금융소비자들이 중국 범죄자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강력 대처해야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금융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금융회사나 금융회사 직원에 대한 교육만으로는 갈수록 대담, 교묘해지는 금융사기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인터넷 정보활용이나 보안지식에 취약한 지방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교육과 예방책이 요구된다. 그런 차원에서는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지연이체제도도 신청자에 한해 적용할 게 아니라, 신청자에 한해 적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금융사기 범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엄포해도 범죄자들이 꿈쩍하지 않는 것은 금융사기로 검거돼도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월 울산에서 보이스피싱으로 3억원을 챙긴 일당 5명에게 내린 선고는 고작 집행유예였다. 상황이 이러니 3월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적발됐는데 일당 중 1명은 이미 보이스피싱 범죄로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가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기 범죄자는 '한 번 걸리면 모든 걸 잃는다'는 인식을 가질 정도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관련 법률체계 정비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금융사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포통장 처벌은 개선됐지만 아직도 국회에는 금융사기 근절을 위한 법률 재개정안 6건이 잠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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