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이 추진 중인 중동 프로젝트에 차질이 빚어졌다. 권 회장은 이를 통해 범현대가 의존을 줄이고 중동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던 만큼, 비상등을 끄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한국GM에 '대우(DAEWOO)' 브랜드 사용권을 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한국GM이 강하게 반발해 자칫 법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우 브랜드 분쟁은 포스코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로부터 시작했다. 사우디정부는 국민에게 저렴하게 자동차를 보급하기 위해 국민차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사업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는 중동에서 대우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만큼, 국민차 이름을 '사우디 킹 대우'로 선정하고 대우인터내셔널에 브랜드 사용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상표 소유권을 두고 암초가 나타난 것이다.
포스코는 총 10억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로 오는 2017년부터 사우디 자체 브랜드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대우 브랜드 사우디 국민차 합작법인에 600억원(지불 15%) 투자해 차 설계는 포스코 투자회사가, 엔진 공급은 쌍용차가 맡아 이르면 내년부터 2000~2400㏄의 중형차를 연간 15만대 생산하는 내용으로 진행할 방침이었다.
현재 사우디 내수시장은 연 70만~80만대 규모로, 3~4년 내에 1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수입차가 10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는 오래전부터 자국 자동차를 원했다. 한때 현대차에도 의사를 타진했지만,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이 상황에서 사우디 측이 손을 잡은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 역시 현대제철이 성장하면서 핵심 고객인 '범현대가'의 매출이 갈수록 줄어들자 자구책을 찾고 있었고, 이번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2014년도 포스코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체 총매출액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3.8%, 현대자동차그룹이 2.0%로 범현대가 매출 비중은 5.8%다. 이는 포스코가 주요 매출처를 처음 공개한 2009년 범현대가 매출 비중이 10.6%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포스코의 범현대가 비중은 2010년 현대제철이 고로를 가동하면서 매년 줄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강판 구매량을 늘린 것이 포스코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현대제철의 급부상으로 자동차 강판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자 포스코는 새 수요처를 발굴에 나섰고 중동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문제는 포스코가 직접 자동차 사업을 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 사업 경험은 대우인터내셔널에 자동차부품본부를 운영하는 게 전부다. 자동차 강판 공급은 포스코가 맡을 수 있지만, 차 사업 전반을 끌고 갈 능력은 물음표가 달린다. 게다가 포스코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가 예고돼 있어, 사우디 측에서 이를 빌미로 사업에 대한 유리한 이권을 챙기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을 떠나 강판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중동으로 눈을 돌린 것은 그만큼 업계 1위 포스코의 절박함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자동차 사업 진행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과 국내에서 포스코 전체로 죄여오는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대우 브랜드 소유권마저 잃게 된다면 사업이 좌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