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V 인공번개 만들어 전력장비 검증 세계적 수준 설비 갖춰 국제 시험·인증기관 인정 낙뢰 피해 집중평가… 인공강우 조건도 실험가능
경남 창원 한국전기연구원 내에 위치한 고전압시험동의 시험설비 전경. 이곳에서는 초고압부터 저압에 이르는 각종 전력기기에 대한 성능시험이 이뤄진다. 사진=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지난 9일 찾은 경남 창원 전기연구원의 고전압시험동. 높이가 25m에 달하는 웅장한 고전압시험동에 들어서자, 건물 천장에 닿을 정도 높이의 은빛 우주선 모양 시험설비가 놓여 있었다. 바로 순간적으로 최대 420만볼트(V)의 전압을 발생시켜 인공으로 번개를 만드는 시험설비다. 그 옆에는 볼트와 너트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장비가 나란히 서 있었다.
고전압시험동은 35년 전에 건립돼 오랜 역사를 지닌 국내 최대 규모의 시험동 중 하나다. 저압에서 초고압에 이르는 각종 중전기기 제품에 대한 종합적인 시험, 인증, 검사·신뢰성 서비스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곳에서는 발전, 송전, 배전 등 전력장비들의 고장 조건을 모의해 이상 고전압과 대전류를 발생시켜 각종 중전기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안전하게 기능을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전력장비 업체들이 생산하는 초고압, 고압, 중저압, 저압에 이르는 송전·배전·발전용 차단기, 변압기, 케이블 등 다양한 중전기기의 성능과 안정성, 신뢰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적 수준의 첨단 시험설비와 국제표준에 적합한 시험·인증시스템을 갖춰 국제 시험·인증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곳의 시험·인증서를 발급받아야 전 세계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중전기기 업체는 물론 해외에서 밀려드는 시험·인증 물량을 소화하느라 1년 내내 각종 시험이 진행된다. 이날도 국내 업체가 생산한 전력케이블 시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장비 시험은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1년간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인공번개 발생 설비는 극히 짧은 시간인 100만분의 1초 동안 수백만 볼트의 전압을 발생시켜 각종 중전기기가 극한 상황에서도 제 기능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수행하는지를 시험한다. 이 설비는 순식간에 160만V의 번개를 만들어 중전기기가 낙뢰 등에 대비한 절연성능을 갖췄는지 테스트한다. 최고 420만V의 전압을 만들 수 있다.
이정기 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력계통은 낙뢰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크기 때문에 인공번개 발생 설비를 통해 이 장비를 통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집중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뢰 시험뿐 아니라 날씨 변화에 따른 시험설비도 갖추고 있다. 분당 5㎜ 이상의 인공강우를 발생시키는 장치부터 전력기기에서 발생하는 코로나에 의한 라디오 잡음측정장치, 염도나 온도·습도 등의 다양한 조건을 줘서 시험하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정전율이 매우 낮으며,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깨끗한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몇 안 되는 국가"라며 "고전압시험동은 향후 전력계통이 ICT와 융합해 현실화될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로 전환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연은 초고압·대전력 성능평가 기술과 현상 모의·분석기술 등을 토대로 국내 유일의 중전기기 분야 '코라스(KOLAS) 국제공인시험·검사기관'이면서, 세계에서 10번째로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 자격을 취득하는 등 전기분야 세계 3대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