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식품 논란에 무기력한 식약처
해명자료도 부실… 국민불신 키워



과학기술 분야 정부 전문기관들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전문성도 부족하고 윤리·도덕성도 의심스럽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특히 식약의약품안전처가 그렇다. 소비자가 불량식품 공포에 떨고 있는 것도 그런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광우병·멜라민·만두·MSG·납꽃게·낙지·일본산 수산물을 비롯한 수많은 식품 파동에서 드러난 식약처의 허약함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식약처의 무기력은 중국산 닭꼬치 사건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식약처가 니트로퓨란이 검출된 중국산 닭꼬치의 재검사를 거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식약처에는 수입업자를 충분히 설득시킬 능력과 권위가 없었다. 상황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전문가나 이해할 수 있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의 조항만 반복했을 뿐 그 의미를 자세하게 풀어서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결국 수입업자는 식약처를 검찰에 고발했고, 수입업자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믿었던 검찰이 식약처를 압수수색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식약처의 검사 결과가 국과수에 의해 재확인된 것은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식약처를 위해서가 아니라 식약처를 믿고 살 수밖에 없는 소비자 모두를 위해서 그렇다. 만에 하나 식약처의 검사에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사태는 아무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느 지상파의 고발 프로그램이 식약처가 부당하게 재검사를 거부해서 자신들이 미워하던 수입업자를 괴롭히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을 보도했다. 전문가 인터뷰도 의도적으로 왜곡했고, 닭꼬치 검사와는 아무 상관 없는 내용도 양념처럼 곁들인 선정적인 엉터리 보도를 했다. 국과수의 재검사도 자의적으로 잘못 해석했고, 검찰의 수사 결과도 교묘하게 왜곡했다.

방송에 소개된 식약처의 해명은 어설펐다. 파괴적 표본 검사에서는 제도적으로 재검사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당당하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검체의 채취·처리·검사의 구체적인 방법이 '식품공전'으로 공개돼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공개할 '원자료'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밝혀주지 못했다. 동일한 포장에 들어있는 닭꼬치의 검사 결과가 서로 다른 이유를 밝혀낼 책임은 식약처가 아니라 닭꼬치 생산업자에게 있다는 사실도 확실하게 지적해주지 못했다. 결국 식약처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기사와 댓글이 쏟아지고 말았다.

이런 보도에 대한 식약처의 대응은 정말 부실했다. 순진하고 소극적인 해명자료 2건이 전부였다. 식약처 대변인실이 방송 전에 내놓은 해명자료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방송사가 검찰 수사 결과를 악의적으로 왜곡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누가 검사를 조작했는지 증명할 수 없다'는 소개는 방송 3일 전에 공개된 '식약처가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런 엉터리 소개만으로도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방송 후 담당 부서가 내놓은 해명자료도 어설프기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식약처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방송사의 정정보도를 강제하는 직권 중재 결정을 받아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방송이 나가고 2달이 지난 후, 그것도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나서 마지못해 한 정정보도에 관심을 가진 시청자는 없었다. 지금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식약처가 힘없는 수입업자를 상대로 공연한 갑질을 했다고 믿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의 대변인실이 그 흔한 해명자료조차 내지 않는 이유는 이해할 수 없다. 식약처는 당연히 언론중재위의 객관적인 판정을 널리 알려야 한다. 애써 받아낸 정정보도를 그냥 묻어버려서는 안 된다. 대변인실의 운영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전문기관의 홍보는 알량한 인맥이 아니라 확실한 전문성을 근거로 이뤄져야만 한다. '화학적 합성품'이라는 고약한 분류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왔던 식품첨가물공전의 개정 약속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전문기관의 홍보'관련 보도문]

본지는 지난 4월 10일자 생활과학면 "[이덕환의 과학세상](509) 전문기관의 홍보" 제하의 칼럼에서 중국산 수입 닭꼬치에 대한 식약처의 검사와 관련한 MBC PD수첩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방송사의 정정보도를 강제하는 직권 중재 결정을 받아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결정한 직권조정결정문은 '정정보도'가 아닌 '알림'형식 보도문이었으며, 그 내용은 '검찰 수사 결과 식약처가 닭꼬치 검사결과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점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했음'을 알리는 내용과 식약처의 반론이었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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