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의 전자정부는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 대외적으로 전자정부는 '유엔전자정부 3회 연속 우승'이라는 화려함과 전자정부를 배우려는 개도국 공무원의 한국행 러시로 행정한류의 큰 줄기로 대접 받고 있다.
그러나 대내적으로 일부 정책수립가의 무관심과 이해부족으로 전자정부 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ICT기술이 출현하면 새로운 행정수요가 만들어지고, 이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전자정부는 진화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전자정부는 정부혁신과 행정개혁의 중요한 수단이 됐고, 기업의 대정부 행정비용을 크게 절감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전자정부의 이름도 당시의 ICT 기술과 행정이념을 반영하여 바뀌고 진화해 왔다. 1970년대의 'EDPS화'에서 시작해 1980년대는 '전산화'로 그리고 1990년대가 되면서 '정보화'가 됐고 2000대 이후는 '전자정부'라는 용어로 진화해 왔다. 대략 10년 정도를 주기로 이름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전자정부는 '살아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때에 업그레이드를 하고 적절한 예산으로 지원하지 못하면 낡고 늙은 시스템이 되고 만다.
따라서 전자정부는 새로운 ICT 기술과 새로운 행정개혁 패러다임을 반영하여 '주기적으로 대규모 리모델링'을 해 줘야 한다. 전자정부 서비스는 이미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낡았다고 해서 '폐기처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자정부'라는 용어가 출연한지도 10여년이 넘었다. 이제 새로운 ICT 기술과 '개방 공유 소통 협업'의 정부3.0 이념에 따라, '민관협력'의 차세대 전자정부로 탈바꿈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2015년 현재,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새로운 전자정부 수요를 촉발하고 있다. 다행히, 전자정부를 새롭게 하려는 노력이 일부 중앙부처와 광역 자치단체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행자부의 '클라우드 기반의 전자정부', 미래부의 '초연결사회' 정책은 이런 노력의 한 축이다. 서울시 등 일부 자치단체도 빅데이터 등을 이용하여 안전 보건 교통 환경 등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복잡하게 엉켜있는 지금과 같은 융합 시대에는, 부처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대규모 리모델링과 동시에, 부처들의 분산된 노력을 통합하고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한 가지 대안은 대통령 비서실에 '국가CIO비서관'을 신설하는 일이다. '국가CIO비서관'을 통해, 부처 간 협업과 융합적 해결이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민관협업도 촉진될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국가적 현안을, 24시간 전자정부적 관점에서, 부처의 경계선을 넘어서, 융합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비서관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정부 정책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자랑인 소중한 전자정부가 더 낡아서 무너지기 전에, 새로운 기술, 새로운 수요에 기반해 새로운 전자정부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 즉시 대통령 소속의 전담기구를 만들어 대규모 리모델링에 착수해야 한다. 리모델링은 2년이면 끝낼 수 있다. 리모델링을 통하여 새롭게 탄생하는 차세대 전자정부는 앞으로 10년 이상, 대한민국의 행정개혁을 이끌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큰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차세대 전자정부 구축에 착수해야 한다.
안문석 지식디비포럼의장ㆍ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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