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통신단말 제조서 세계적인 경쟁력 보유 선진 IT인프라 역량으로 제조산업 경쟁력 높여야 컨버전스형 모델 발굴해 새로운 성장기회 만들때
김도현 LG엔시스 대표
세계 기업 간 서열이 변화하고 있다. 10년 전 시가총액 1위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이었으나, 2014년 말 블룸버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부동의 1위는 IT기업인 애플이다. 마이크로소프트(2위), 구글(5위)이 그 뒤를 이으며 5위권 내에 IT기업이 세 개나 포진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성과는 더욱 놀랍다.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 2014년 9월 나스닥에 상장하며 전자상거래 세계 1위 기업으로 부상한 알리바바, 메신저 서비스와 게임서비스를 중심으로 급성장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떠오른 텐센트 등 적어도 IT분야에서 만큼은 모방자를 넘어 시장선도자를 위협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강력한 플랫폼에 기반한 IT서비스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쉽게도 요즘 국내 기업의 희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작년 한국 IT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줄었고, 2000년대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조선업과 자동차 분야는 치열한 경쟁 속에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글로벌 IT서비스 업체의 국내 진출 소식에 우리 기업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현실은 그동안 우리의 성장동력이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어 새로운 IT서비스 시대를 이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데 그 원인이 크다고 본다.
그렇다고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은 휴대폰 등 통신단말 제조분야에서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전자정부 분야 세계 1위로서 전자정부 프레임워크를 베트남, 멕시코를 포함한 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유무선 통신인프라부문 세계 1위의 지위는 수년간 유지하고 있어 우리의 IT기술과 서비스 인프라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우리의 IT인프라 역량과 강점을 활용해 어떻게 IT서비스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선도해왔던 IT인프라와 제조산업의 경쟁력을 중심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서비스 중심의 컨버전스형 사업 모델 발굴이 절실하다. 하드웨어의 제조와 판매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기반 위에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사물인터넷을 비롯해 드론을 활용한 물류시스템, 무인로봇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무인자동차를 포함한 스마트 교통 시스템 등은 우수한 제품의 개발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경험과 생활을 혁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IT인프라와 연계하여 어떻게 하나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만들어 내는가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기업의 단독 역량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영원한 적일 것만 같던 삼성전자와 소니가 손을 잡고 비디오게임 콘텐츠를 판매하고,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사업을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강점을 적극 살리고, 글로벌 기업과 견고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가야 할 것이다.
셋째, IT서비스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실력 있는 스타트업이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기업과 전문 중견기업의 협력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를 확대한다면, 한국판 구글, 애플이 탄생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기틀이 될 것이다.
지금은 특정 기업의 역량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대기업의 역량과 경험, 그리고 중견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결합되고 이를 정부가 정책과 제도로 지원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세계를 호령하는 IT서비스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IT는 그 미래를 좌우할 골든 타임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