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공상과학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줬던 가상의 사물을 제어하는 장치가 실제로 출시되어 꿈같은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아이언 맨'에서 투명 스크린과 허공에 떠있는 영상을 손짓으로 조작하는 장면이 불과 10년 만에 실현된 것이다. 정보통신 발전으로 가능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증강현실 기술혁신의 성과이다. 가상현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사물을 나타내는 반면,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의 사물을 혼합하여 보여주므로 일상생활과 산업분야에 응용될 수 있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증강현실은 초기에 군사, 항공, 내비게이션 등에 응용되었고 스마트폰 출시로 활성화되어 오다가 2012년 4월 구글의 '프로젝트 글래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그동안의 제품들은 크고 무거운 디스플레이 장치가 대부분이었지만, 구글 글래스는 안경 모양으로 패션소품같이 작은 기기임에도 프리즘 밖의 세상을 보면서 음성과 동작으로 정보검색은 물론 통신, 내비게이션, 사진촬영 등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 관광안내, 패션피팅, 건강관리, 의료교육, 심지어 증강현실 마술까지 등장하여 그야말로 무한활용 시대에 돌입했다.

2015년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증강현실 시제품을 앞다투어 발표하면서 시장경쟁은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월에 개최된 '윈도우10' 행사에서 '홀로렌즈' 헤드셋을 깜짝 소개했다.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처리장치가 내장되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연결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파괴적인 기술이다. 홀로렌즈를 착용하면 모든 공간이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3D 홀로그램이 띄워지고 음성과 동작으로 상호작용하여 영화, 게임 등을 즐길 수 있으며 건축설계 등 산업용으로 한층 다가간 제품이다.

애플도 2월에 머리 착용형 표시장치의 일종인 '디스플레이 부착 포터블 단말기용 헤드마운트 기기' 특허 취득을 보도했다. 애플은 이미 증강현실 기술을 보유한 3D 모션센서를 개발하는 업체를 인수했고 유명 디자이너들을 영입했기 때문에 아이폰, 애플워치 이후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로 증강현실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마트 생태계를 리드하는 애플이 증강현실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것이다.

3월에는 증강현실 전문기업 '매직립'이 데모용 영상을 공개했다. 사무실 허공에 3D 유튜브와 지메일이 나타나고 손동작으로 터치하여 반응하는 모습이 마술처럼 신비스럽다. 이 업체는 CNN이 극찬했던 스타트업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구글이 약 5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으며, 운영체제 수준의 인터페이스와 경이로운 비주얼 효과로 실감형 증강현실의 진수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된다.

다음에는 누가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인가? 세계 증강현실 시장은 2015년 약 14억5000만 달러로 추정되며, 2020년까지 연평균 50% 이상의 증가율로 고도성장이 예상되는 유망한 분야이다. 따라서 성장동력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고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추진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실감형 증강현실 구현을 위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수이며, 후방연쇄효과를 제고하는 증강현실 콘텐츠 제작도 절실하다. 또한 고품질 증강현실 정보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 연계와 네트워크 고도화도 필요하므로 생태계와 가치사슬 차원에서 증강현실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그리고 증강현실 장치가 일상생활과 생산현장에서 매우 유용하지만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사생활 침해, 정보보안, 정신건강 등도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이슈이다. 그러므로 기술혁신과 사회합의가 공존해야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 기획단계부터 사람중심의 증강현실 기술개발을 철저하게 반영시켜 미래시장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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