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등 공공데이터 개방 선진국에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성공한 창업기업들이 국내에서도 롤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공공데이터 개방에 이어 올해 '공공데이터 창업 콜라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창업기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영국에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창업으로 인지도를 높인 기업으로는 영국 철도청 철도 정보를 바탕으로 철도티켓 및 여행 서비스 제공하는 'Redsporttedhanky.com'을 들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여행시간에 큰 제약을 받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가 티켓 제공하는 것으로, 해당기업은 2010년 창업이후 10명으로 이뤄진 소규모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밖에 '두딜(Duedil)'은 기업의 법인세, 재무제표 등의 공공데이터와 각 회사의 주가정보 등을 매쉬업(Mash-up) 및 분석 가공해 관리, 재무정보 서비스 제공을 해준다. 이 회사는 인수·합병(M&A)기업을 대상으로 기업투자 정보 판매 플랫폼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미국의 공공데이터 활용 사례로는 '질로닷컴(Zillow.com)'이 대표적이다. 질로닷컴은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가격·크기·형태와 같은 단순한 부동산 정보뿐만 아니라 그 집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주변 정보를 원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정부에서 관리하는 지역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인구통계정보, 학군정보 등을 제공 받아 부동산 정보와 융합한 서비스다.
또 브라이트스코프(BrightScope)는 미국 은퇴연금 관련 금융정보 제공으로 2008년 창업 후 100억원(1000만 달러)이상의 연간 수익을 달성했는데, 노동청이 개방한 연금 투자위탁기관과 기업의 연금투자 정보를 재가공해 은퇴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에서도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이같은 창업기업들이 탄생하는 것으로 지원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부동산정보는 물론 웬만한 정보는 네이버 등 대형 포털에서 편리하게 제공하고 있어 '스타기업' 사례가 얼마나 나올지 정부도 고민이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PC 쿼리 점유율은 네이버가 76%로 부동의 1위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처럼 네이버 등 포털에 모든 데이터를 갖고 잘 분류·정리해 비즈니스를 독점하고 있는 환경에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창업이 가능하기 쉽지 않다"면서 "그렇다고 포털사업자에게만 사용료를 받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토로했다.
정부 지원보다는 자생적으로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공공데이터 개방 표준을 만들고 창업을 지원하는 게 시장질서에 맞는지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 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