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행정명령 발동
미국 정부가 사이버테러를 심각한 국가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강력한 보복조치를 전개하기로 해 주목된다. 특히 해킹 당사자가 아니어도 직간접적으로 사이버테러에 연루된 국가 역시 적국으로 간주해 미국 정부의 경제, 금융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이버 테러와 연계된 외국 시스템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내용을 주로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 발동과 함께 백악관 블로그를 통해 최근 미국을 위협하는 사이버테러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중대 사태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의 행정, 외교력을 총 동원한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해커들이 미국 기업을 공격해 무역 관련 기밀을 훔치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위험하게 하고 있다"면서 "사이버 위협의 상당 부분은 외국 국가나 개인으로부터 자행되는 것으로, 미국 행정부는 이 같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맞춤형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무부를 통해 미국 기업이나 정부 등을 공격한 해커나 해킹 연루자, 해킹 연루 단체의 자산을 동결하고 시스템을 폐쇄하는 등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미국 정부가 사이버 테러를 한 해커는 물론 해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외국의 국가나 개인, 단체, 기업 등에게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제연합기구(UN)에서는 사이버 테러 자행 세력에 대해 자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물리적, 경제적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UN의 이 기준을 적극 적용해 공격 세력 뿐만 아니라 동조 세력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사이버테러를 가한 배후에 대한 '국제 사회 고립'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지난 연말 미국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사건을 이번 행정명령에 대입해본다면 미국 정부는 해킹 주체인 북한 정부에 대한 자산 동결, 은행 시스템 접근 차단 등의 경제적 제재는 물론이고, 북한이 소니픽처스에 침투하기 위해 중국의 IP나 가상사설망(VPN)업체를 우회했을 경우 중국 해당 기업에 대한 조사까지 미국 정부가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만약 중국 정부가 이를 거부했을 경우 미국은 행정명령에 따라 중국 정부도 사이버 테러의 '동조 세력'으로 보고 정부 차원의 경제 제재 압박을 가하는 것까지 가능하게 된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사이버 테러 공격이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사이버 테러의 배후와 공격 루트를 모두 밝혀내고도 정작 해킹을 자행한 배후 세력과 동조 세력에 대해 어떤 제재 조치나 외교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특히 북한 뿐만 아니라 인접국가인 중국, 러시아 등을 우회하는 사이버 공격이 시시각각 발생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보안 기술력 강화' 등 단편적 대응에 그칠 뿐이다.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사이버 테러를 '안보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보안 기술 강화 등이 아니라 '핵 안보 정책'과 같은 수준으로 외교력, 경제력 등을 총동원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동조 국가'도 적국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은 결국 사이버 테러 배후 세력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켜 테러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외교대응인데 우리 정부도 안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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