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투자 작년비 17% 증가… 기술 수출 등 글로벌 영향력 확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에 나선 국내 제약사들이 연이은 성과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제약 R&D의 특성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만큼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전체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2일 본지가 연매출 3000억원 이상 국내 상위 13개 제약사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각 회사의 R&D 투자현황을 분석한 결과, 13개사의 전체 투자 금액은 지난해 총 7353억원으로 전년도 6276억원에 비해 약 17.2% 증가했다. 10년 전인 2004년 1923억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게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평균 9.57%로 두 자리 수에 근접했다. 지난 2004년 R&D 투자 금액이 매출의 10%를 넘어선 제약사는 LG생명과학이 유일했지만, 지난해에는 5개 제약사로 늘었다. 다른 제약사 제품을 들여와 판매를 담당하는 '상품매출' 비중이 높은 제일약품, 한독 등의 제약사와 음료 사업 매출 비중이 제약보다 높은 광동제약을 제외하면 대부분 제약사들의 R&D 투자 비중이 지난 10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제약사 중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해 매출의 20%를 R&D에 쏟아 부었다. 그만큼 신기술과 제품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한미약품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자가면역질환치료제 기술 판권을 수출해 주목을 받았다. 계약금만 500억원 규모에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최대 7800억원의 기술료를 받게 되는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이다. 여기에다 표적항암제와 당뇨 신약 등 진행 중인 다른 과제들도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R&D 투자가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R&D 투자를 꾸준히 늘려온 녹십자,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종근당, LG생명과학 등도 자체 개발 신약을 통한 해외 진출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조원 매출을 달성한 업계 선두 기업 유한양행은 그동안 R&D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난달 선임된 이정희 신임 사장이 R&D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혀 변화가 예고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R&D를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제약사들의 성과가 업계 전체에 자극을 주고 있다"며 "제약산업 환경이 변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투자를 망설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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