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제조 등 대기업들 투자감소 '직격탄'
한국EMC 작년매출 11% 감소 등 줄줄이 하락
HW중심 전통적 스토리지 시장 패러다임 붕괴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 침체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선두업체마저 매출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하드웨어(HW) 중심의 전통적인 스토리지 시장 자체가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은 4345억원 규모로, 2013년과 비교해 11%가량 줄었다. 이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거듭했지만, 5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국내 시장의 부진은 통신, 금융, 제조 등 대기업들의 투자 감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시장 1위 한국EMC는 지난해 외장형 스토리지 부문 매출이 전년대비 약 11% 하락한 1600억원을 기록했고, 히타치 역시 13%가량 하락한 873억원에 머물렀다.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HP와 한국IBM은 각각 31%, 34%나 매출이 하락해 343억원, 321억원에 머물렀다. 한국넷앱만 10%가량 매출이 올랐는데, 중위권 4개 업체의 점유율은 1~2% 포인트 차이를 기록하며 혼전 양상을 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시장 주요 업체들의 매출 역시 지속 하락세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EMC의 최근 3년간 외장형 스토리지 부문 매출을 분석해보면 2012년 1825억원, 2013년 1802억원, 2014년 1600억원으로 내림세에 있다. 한국HP와 한국IBM도 지난 3년간 평균 성장률은 각각 -17.9%와 -19.6%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의 성장과 별개로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HW중심의 스토리지 패러다임의 위기 △x86서버 등 내장형 스토리지 시장 확산 △클라우드 스토리지 업체의 시장 진입 등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스토리지 업계 관계자는 "2004년 이후 10년 동안 시장 1위를 지켜온 한국EMC의 스토리지 매출이 지속해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은 HW 중심의 스토리지 시장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특히 국내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과거와 달리 고객이 EMC 제품이라면 무조건 구매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비용절감을 이유로 다양한 제품을 도입한 게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예리 한국IDC 선임 연구원은 "스토리지 시장에서 HW 중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EMC의 매출 하락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지만, 본사에서 매출 구조를 HW가 아닌 SW,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전략적인 이유도 크다"고 설명했다.

정용철기자 jungyc@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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