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천 한국영재교육발전연구소장
정성천 한국영재교육발전연구소장


봄빛이 완연하다. 겨우내 잠들었던 식물들이 서서히 잠을 깨는 시간이다.

식물의 생태를 살펴보면 식물이 우리에게 전하는 신호를 파악할 수 있다. 식물이 말해주는 신호를 통해 다소 비약이 있더라도 '내'삶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식물은 광합성 등에 의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성장한다. 동물은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의 양분을 식물에서 얻는다. 즉, 식물은 동물에게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동물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다.

식물은 빛 중에서 녹색계열의 색을 반사한다. 그래서 식물은 주로 녹색을 띈다.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많은 빛을 필요로 하지만 녹색계열의 빛은 이용하지 않고 기꺼이 내놓는다. 이 녹색은 동물을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한다. 녹색으로 물든 숲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의 쉼터다. 식물은 녹색을 이용하지 않고 내놓음으로써 동물이 살아갈 안정적 환경을 만든다.

식물은 동물에게 생존에 필요한 '음식'과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점을 보면 식물은 동물을 돕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과 열매로 번식하는 식물의 번식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성숙한다-꽃이 핀다-암수가 수정 된다-열매가 달린다-열매속의 밑씨(나중에 나무가 될 싹)와 배젖(처음 나무의 싹을 키울 양분)이 성장한다-열매가 익는다-씨가 땅에 묻힌다-배젖의 양분을 이용하며 배가 싹이 튼다-배가 어린 나무로 자란다-성숙한 나무로 자란다-꽃이 핀다. 암수로 번식하는 동물의 번식과정은 다음과 같다. 성숙한다-결혼한다-임신한다-자녀의 몸 속에 정자와 난자의 싹이 자란다-태어난다-엄마 젖을 먹고 자란다-성장한다-성숙한다-결혼한다. 식물의 생식과정이나 동물의 생식과정의 패턴은 같다. 식물과 동물의 생식 패턴이 같다는 것은 둘 다 같은 아이디어로 창조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식물이 동물을 돕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면 동물은 무엇을 돕기 위해 태어난 것일까?

식물은 사계절 동안 변해간다. 봄이면 순이 돋고, 여름이면 청록으로 생동하고, 가을이면 결실을 맺고, 겨울이면 다음을 기약한다. 계절에 따른 식물의 변화는 사람에게도 변화가 있음을 시사해 준다.

우리들은 사춘기, 20대 혈기, 성장의 멈춤, 흰 머리, 노안, 기력의 쇠함, 생의 마지막 등등에 대하여 주변사람을 통해 듣고 보고 해서 잘 아는 편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머리로 알 뿐 결코 자기에게 일어날 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두 타인의 것이다. 그런데 사춘기가 지나간 후, 흰 머리가 난 후, 노안이 온 후, 기력이 쇠하면...... "아 나에게 이런 일이 오는구나!"라고 그때서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 계절을 통한 식물의 변화는 '나'에게도 반드시 변화가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해주고 있다.

봄에 싹이 터 가을에 말라 죽는 일년초는 우리에게 생명의 유한함을 말해준다. 일년초의 탄생과 죽음은 생명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하고 덧없음을 보여준다. 일년초는 내 생명의 시작과 끝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울릉도에는 2000년을 넘게 사는 향나무가 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살고 있는 식물은, 사람의 생은 긴 시간 중에서 스쳐지나가는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도록 사는 식물들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한없이 채우기에 여념 없는 나에게 '너는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순간적인 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미국의 브리큰솔소나무는 4700년이 넘도록 살고 있다. 이 소나무는 어제의 세포, 뿌리, 줄기, 잎으로 살지 않는다. 매년 새 순과 새 뿌리와 새 줄기를 만들어 오늘을 산다. 식물은 절대로 어제의 것으로 살지 않고 새로운 것으로 오늘을 산다. 브리큰솔소나무도 4700년 전부터 어제의 것은 모두 죽었고, 새 것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식물은 사람에게 유익한 신호들을 보낸다. 식물이 보낸 편지에 의하면 식물의 창조 목적은 동물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람의 창조목적은 무엇일까? 분명 이 땅에 나를 있게 한 창조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나의 변화를, 일년초는 내 생의 유한함을, 오랜 기간 살아가는 나무는 내 생이 한 순간임을, 내 인생의 변화와 생명의 끝 날이 있음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4700년을 넘게 살아온 나무는 매일 새롭게 태어나야만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식물이 보낸 편지는 '매일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말'과 '죽은 후에는 심판이 있다는 말'이 남의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나에게 실존해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나는 식물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봄이 훌쩍 떠나기 전, 식물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정성천 한국영재교육발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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