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의 일동제약 이사회 진입이 무산됐다. 이로써 두 회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녹십자는 앞으로도 주주로서의 적법한 권리 행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 언제라도 다시 경영권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일동제약은 20일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사내이사에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을 재선임하고, 사외이사에 서창록 고려대 교수, 감사에 이상윤 전 오리온 감사를 각각 선임했다. 모두 일동제약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들이다.

2대 주주(지분율 29.36%)인 녹십자가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허재회 전 녹십자 사장은 일동제약측 후보의 선임안건이 원안 가결되면서 자동 폐기됐으며, 감사 후보 김찬섭 녹십자셀 사외이사 선임안건은 일동제약이 과반 이상의 반대의결권을 확보해 표결 없이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89.2%가 출석했으며, 이 가운데 일동제약 측이 가결 요건인 과반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녹십자는 주총 결과에 대해 "녹십자는 이번 일동제약 주총에서 상법으로 정해진 주주의 권리를 행사했다"며 "이번 의결 결과는 주주 다수의 의견이므로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2대 주주로서 경영 건전성 극대화를 위한 권리 행사에 지속적으로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일동제약의 2대 주주인 녹십자는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3명의 이사 가운데 감사와 사외이사를 자신들이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며 적대적 M&A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경영권에 위기를 느낀 일동제약 측은 그동안 녹십자의 제안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녹십자는 지난해 주총에서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측이 경영권 강화를 위해 추진한 지주회사 전환 건을 부결시킨 바 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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