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가 낮은 효율성과 생산성 지적을 받아온 정부R&D에 대한 혁신방안을 공동으로 수립하기로 하고 방향을 공개했다. 전세계가 저성장과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위기감이 큰 가운데 그동안 예산 규모가 크게 늘어난 과학기술과 정부R&D 영역이 국가 미래 먹거리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세계시장을 주도할 핵심 원천기술이 부족한 현실에서 혁신적인 기술만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은 세계 각국이 함께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R&D 투자비중 면에서 2013년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GDP의 4.15%를 R&D에 썼다. 절대적인 투자규모에서도 2013년 542억달러로 미국,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정부R&D 예산이 미국은 3.8%, 프랑스는 5.4% 줄었지만 우리나라는 7.3% 늘어났다.

꾸준한 투자 덕분에 성과도 쏟아졌다. 2012년 SCI(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 게재 수 세계 10위, 국내 특허출원 세계 4위 등 양적인 결과물도 세계적이다. 하지만 논문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SCI 논문 피인용도는 세계 31위에 그치고, 기술무역수지는 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연구 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R&D에 돈을 쓴 만큼 경제와 산업을 살릴 만한 파괴력 있는 기술과 사업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혁신방안이 연구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해 그동안 쌓여 있던 해묵은 과제들을 털어내고 새로운 R&D 패러다임을 연다는 구상이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들이 과제를 따기 위해 무한 수주 경쟁을 하는 연구현장의 현실을 뜯어고치고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파괴력 있는 기술이 나올 수 있게 R&D 기획부터 진행, 평가까지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기초연구자에 대한 지원체계를 연구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시장과 산업에 더 가까워야 하는 응용·개발연구는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한다는 방향이다. 또 출연연의 민간 과제 수탁을 늘리고 출연연 연구자들에 불필요한 과제 수주 부담을 안겼던 연구과제중심(PBS)제도를 손본다는 계획이다. 또 SCI 논문 건수 중심 평가를 폐지하고, 부처간 협업이 필요한 분야를 발굴해 발전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연구자들에 과도한 행정 부담을 주는 관리체계를 개선하고, 국제협력을 확대하는 방향도 포함됐다. 두 부처는 관계부처들과 합동으로 세부추진대책을 마련해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상정·발표할 계획이다.

정부가 방향타를 상실한 채 예산만 투입하고 기다린다면 연구현장은 경쟁력 있는 기술을 내놓지 못한다. 온갖 행정 규제를 그대로 둔 채 돈만 들인다고 연구자들이 바로 산업에 써먹을 만한 파괴력 있는 기술을 만들고 창업이나 기술이전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정부R&D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대형 기술이 나오지 않은 가장 큰 요인은 정부가 R&D에 돈을 넣을 뿐 이를 활용하고 산업으로 일으키려는 정책을 전략적으로 구사하지 못하고, 규제 개선 등 생태계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R&D 내부의 혁신뿐만 아니라 R&D와 연계한 국가 전체 혁신체계와 틀을 가다듬고 미래형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하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그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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