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도입으로 인해 제약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영업력에서 특허 전략과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직후 약 80여 건의 복제약 품목허가 신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됐다. 이들 제품은 현재 진행 중인 특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9개월 동안 독점 판매할 수 있는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게 된다.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에 따라 앞으로 복제약 개발사는 허가 신청 시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권자에게 신청 사실을 통보해야 하며, 특허권자가 이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9개월 동안 복제약 출시가 제한된다. 단 가장 먼저 허가 신청을 하고 등재 특허에 대해 특허 무효심판 등에서 승소 심결을 가장 먼저 받는 제약사는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통해 9개월 동안 복제약을 독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특정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여러 제약사가 일제히 복제약을 출시해 영업력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특허 분쟁에 대한 노하우와 의약품 개발 능력을 갖춘 제약사들이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활용해 시장을 선점하고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특허에 자신 있는 업체가 적극적으로 특허에 도전해 복제약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영업력에 의존한 기존 전략에서 허가를 남들보다 먼저 받을 수 있는 특허 전략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는 허가특허연계제도가 특허 분쟁 경험이 많고 R&D 투자를 많이 하는 상위 제약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상위 제약사들은 전문 변리사를 채용하거나 특허·법무 담당 인력을 강화하는 등 제도 도입에 따른 준비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제약사들은 경쟁력을 잃고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이와 달리 시장선점 기대효과를 노리고 미리 준비를 해온 R&D 중심 중소 제약사들은 오히려 좋은 도약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실제로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을 앞둔 지난해 의약품 특허소송 건수는 총 248건으로 2013년 38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는데, 이중 매출 2000억원 이하 중소 제약사의 소송청구 건수는 169건으로 상위 제약사 79건보다 증가 폭이 컸다. 제도 시행 직후 독점권을 노리고 복제약 허가를 신청한 업체도 절반 정도는 중소 제약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엄승인 한국제약협회 의약품정책실장은 "우선판매품목허가제는 고비용, 고위험을 감수해 특허 도전에 성공한 회사에 우선판매권을 준다는 점에서 R&D 투자에 적극적인 회사가 생존하게 되므로 산업에 긍정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장 내에서 R&D 투자를 하는 회사와 R&D 투자 없이 단순 제네릭 생산만 집중하는 회사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