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전에 전장파악 정밀무기로 효과적 타격 ‘신개념 전쟁’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1973년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에서 소련제 지대공 미사일에 이스라엘이 크게 혼쭐난 바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수입한 무인기를 투입해 이집트의 일부 지대공 미사일을 소진시켰다. 무인기 편대가 뜨자 이집트가 보유한 미사일 43기를 발사했는데 무인기가 32기는 잘 회피했고, 11기는 대 레이더 미사일로 파괴했다.

1982년 레바논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이스라엘은 지대공 미사일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땅강아지 19작전(Mole Cricket 19 Operation)'을 준비했다. 시리아가 베카 계곡에 19대의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배치한 것으로 파악한 이스라엘이 19라는 숫자를 작전명에 넣었다.

이스라엘은 스스로 개발한 스카우트 등 무인기를 투입했다. 이 무인기 날개를 유리섬유로 만들어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았고 크기도 작아 요격하기도 어려웠다. 이 무인기는 정찰 외에도 지대공 미사일 탐색 임무를 수행했다. 무인기 편대가 출현하자 시리아 레이더가 작동됐고 이 신호를 감지한 전투기들이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타격했다.

두 시간여 진행된 공중전은 한국전 이후 가장 치열한 대규모 전투로 전사에 기록됐다. 이스라엘은 90여 대의 시리아 공군기를 격추시켰지만 이스라엘은 아주 경미한 피해만 입었다. 또한 이스라엘은 시리아 지대공 미사일 사이트 19개 중 17개를 폭파했다. 이후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순조롭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통해 효과중심작전 또는 약자로 EBO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고도화된 통신기술과 컴퓨팅 능력을 활용한 C4ISR이라 불리는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어 가능했다. 사전에 전장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밀무기를 써서 효과적으로 타격하는 것이 EBO의 핵심 개념이다.

한국전에서는 3년간 미군만 3만7000명이 전사했다. 걸프전에서는 293명, 이라크전에 149명이 전사했다. 이것은 C4ISR의 탁월한 성능, 한정된 군사자원의 효율적 배분, 육·해·공군의 효과적인 협력 등이 이루어낸 결과다. 미래의 전쟁에서는 군인을 대신해 무인기와 로봇이 싸울 것이고, 싸우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승패를 미리 예측할 수 있으며, 그래서 물리적 충돌이 억제될 수도 있다.

북한이 작년에 내려보낸 무인기 수준이 조악해 남한이 내심 안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파를 잘 반사하도록 표면을 개조한 무인기를 수백 대 날려 남한 방공망을 기만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의 방공망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저고도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기 어려움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나? 욤 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이미 썼던 전술이 그런 것이었다.

미군 군용기 세 대 중 한 대가 무인기라고 한다. 그 역할은 매우 다양해서 표적기, 정찰기, 심지어 전투기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전쟁피해평가 즉 BDA 등에도 활용된다. 베카 계곡 전투에서 무인기는 F15 등 전투기와 E2C 등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협력해 승리를 일궈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권법도 소림사 권법을 빛나게 보완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스트리트 파이터 권법이 더 현대적인 스타일인지도 모른다.

전쟁의 양태는 계속 변화를 거듭했다. 그 이면에는 기술발전이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파괴력이 강한 무기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졌다. 다시 밀려온 정보혁명이 C4ISR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렇다면 군의 체제도 변화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군 예산의 80%를 육군이 사용하고 나머지 20%를 해군과 공군이 나누어 사용한다. 농경사회에서는 육군이 주력이었다. 해군이 조력자 역할을 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해군과 역할이 더 커졌다. 이후로는 공군의 역할이 압도적으로 중요해졌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육군 위주로 운용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군, 해군, 공군의 역할을 굳이 분리해야 할 필요는 없다. 점차 그 경계가 엷어지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정보전, 전자전, 사이버전은 그 경계를 더욱 허물고 있다. 군사분야에서도 물리적 파괴 대신 정보 우위 확보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경제에서도 정보가 힘이듯 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정된 자원은 가장 중요한 곳에 우선 투입되고 배분돼야 한다. 농경시대의 관행을 계속 유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IT강국이라고 스스로 뻐기지만 군이 앞선 IT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한국군도 21세기에 어울리는 군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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