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어젠다] 말로만 경제활성화… 반기업·시장 법안 양산
■ 창간 15주년 기획-15대 어젠다
(13) 국회가 달라져야 대한민국 미래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핵심이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는 경제살리기 입법은 뒤로 미룬 채 민원성 입법과 자신의 표와 관련이 있는 법안은 고속으로 처리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갈수록 입법부의 권한이 비대해지면서 대관업무 인원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국회가 홍보·민원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단적인 사례다. 국회는 위헌소지가 다분함에도 불구 여론을 의식해 법안을 제대로 심사도 하지 아니하고 졸속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다시 보완이 필요하다며 '뒷북'을 치고 있다. 경제 관련 법안 처리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경제활성화를 외치면서 정작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법안을 만들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경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대비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0%대 성장이 계속된다면 무려 6분기 연속 0% 성장을 하게 된다. 이미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1∼2014년까지 4년 연속 주요 20개국(G20) 평균치보다 낮았다. 지난해 G20 전체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3.4%로 한국(3.3%)보다 높았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년 연속 G20 평균치를 밑돈 것은 전례가 없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경제활성화 입법은 내팽겨둔 채 포퓰리즘 입법에만 매달리고 있다. 정부가 요청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30개 경제활성화법안 중 3분의 1인 9개 법안이 아직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남은 9개 법안을 당·정·청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처리가 불투명하다.

여당도 기업의 목을 옥죄는 반기업·반시장 법안을 생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최근 여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이 박근혜 정부 들어 빠른 속도로 올라갔는데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법 개혁안 등을 추진하면서 공무원을 중심으로 민심 이반이 현실화되자 이를 뒤집기 위한 방편으로 최저임금인상 문제를 꺼내 든 셈이다.

국회는 위원회에 최저임금 인상을 압박한 것을 넘어 20여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해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법 개정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 시 벌금 상한선을 현행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고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거나 국회가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권고안을 제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규정한 고령자고용촉진법도 기업들의 신규채용을 줄이게 만들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6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경영 여건이 양호한 30대 그룹은 올해 신규채용을 지난해에 비해 무려 6.3%나 줄일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특정 기업이나 특정 업계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이른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과 합산규제법이 대표적이다. 단통법의 부작용이 드러나자 여야 의원들은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거나 도입과정에서 삭제됐던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회에 대한 기업과 이익단체의 입법로비가 판을 치고 있다. IT설비를 공급하는 한전KDN은 2012년 공공발주 소프트웨어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4명의 여야 의원에게 5400여만원의 후원금을 주고 법안 수정을 청탁했다. 법안은 한전KDN의 의도대로 수정됐다.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부결된 이유도 어린이집 관련 이익단체의 로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 포퓰리즘 입법은 남은 19대 국회 1년간 더욱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1년 남긴 상황에서 국회의원 자신의 '홍보용 치적'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 반기업·반시장 법안과 복지포퓰리즘 법안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회가 달라져야 경제가 살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20대 총선까지는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좁게는 국회가 남은 9개 경제활성화법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넓게는 사심 없는 입법으로 국회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평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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